고3은 교사가 일일이 학교명 지우는데…재수생은 "대학이 알아서 해라"

　학생부에서 고교명을 지우는 '고교 블라인드'가 올해 대입에서 처음 시행되는 가운데 재수생은 블라인드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이 스스로 블라인드 처리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모든 대학이 기준에 맞게 준비했는지 알 수 없어 고3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입 전형자료를 대학에 전송 시 자동 블라인드 처리되는 항목은 인적/학적사항(학생 성명, 주민번호, 학교명), 수상(수여기관), 봉사(주관기관/장소)다.
그 외 서술형 항목인 △창의적체험활동의 특기사항(프로그램명, 동아리명, 봉사활동 등) △교과학습발달상황의 과목별/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은 자동으로 블라인드 처리가 되지 않는다. 수상경력의 수상명도 가려지지 않는다. 현재 고3 담임들은 1, 2학년 학생부를 일일이 확인하며 학교 이름이나 학교 별칭을 '교내' 또는 '○○'으로 정정하고 있다.
이번 고교명 블라인드 작업은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출신 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올해부터 대학에 보내는 학생부에서 학교 정보를 가리기로 했다. 기존 면접 단계에서 적용하던 고교 정보 블라인드를 서류 단계로 확대한 조치다.

문제는 졸업생인 'N수생'의 경우 학생부 서술형 항목에서 학교명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이에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학생부 블라인드 프로그램을 사용해 서술형에서 학교 이름을 걸러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이 최대한 자체 혹은 사설 프로그램을 사용해 입학사정관 평가 전 서술형 부분을 블라인드 처리하면 된다"면서도 "100% 모든 대학에 블라인드 프로그램이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학의 학생부 블라인드 블라인드 프로그램 보유 여부 및 프로그램 상태에 따라 재수생은 학교명이 가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방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는 "우리학교는 작년에 미리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구매비가 비싸 준비가 안 된 대학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별로 블라인드 처리 방식이 다르다면 학교에 따라 일부 지워지지 않은 재수생의 학교명이 노출될 수 있고, 고3 학생과 재수생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3의 경우 교육부 공통 지침 아래 학교에서 블라인드 처리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도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가진 대학은 극소수고 일부 대학들이 외부 프로그램을 구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100% 모든 대학이 적절하고 신뢰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샀는지 알 수 없다. 소규모 대학이나, 전형료 수입이 적은 대학은 프로그램 구독 비용조차도 부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시 원서접수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태에서 교육부가 이제와 모든 대학의 현황 파악에 나서기엔 시간이 매우 빠듯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