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전기연구원, 3D프린터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 세계 첫 개발
입력 2020-08-12 10:42 
한국전기연구원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술 장비 [사진제공 = 한국전기연구원]

3D 프린터로 나노미터(nm)급 화소를 지닌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12일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표재연·설승권 박사 연구팀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나노미터급 화소를 갖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3D프린팅 소재부터 원천기술과 장비까지 완전한 기술독립을 실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술은 디스플레이 패널의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인쇄한다. 퀀텀닷은 빛이나 전기 자극을 받으면 여러 색상의 빛을 분출하는 나노입자를 말한다. 색 순도와 안정성이 높아 TV,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전자제품 디스플레이용 발광 재료로 쓰인다.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공법에선 퀀텀닷을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화소(픽셀·Pixel)를 제작한다. 해상도가 높다는 건 한 화면 안에 화소 수가 많다는 의미다. 화소가 고밀도로 많이 모이면 영상과 사진이 정밀해진다. 그만큼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단 얘기다. 그러나 화소 수를 늘리기 위해 화소 크기를 줄여 해상도를 높일 경우 줄어진 크기만큼 빛의 밝기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전기연구원 3D프린팅 풀컬러 퀀텀닷 잉크 [사진제공 = 한국전기연구원]
이에 연구팀은 화소를 얇은 막이 아닌 3차원 구조로 제작하면 높은 해상도에도 필요한 밝기의 빛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점에 착안했다. 독자적인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폭 620나노미터, 높이 1만 나노미터 수준의 화소를 제작, 2차원이 아닌 3차원 구조 화소를 만들어 빛의 밝기 제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얇은 막 대비 2배 이상 밝기를 풀컬러(적색, 녹색, 청색)로 구현 가능했다.
실제로 해상도 지표인 'PPI(Pixels Per Inch·1인치당 화소의 개수)'로 비교하면 KERI의 기술은 5600PPI 수준 3원색 컬러 화소를 시현한다. 기존 8K QLED TV(100PPI), 노트북(200PPI), 스마트폰(800PPI) 수준을 압도한다. 또한 현재 상용기술 한계 수준인 1000PPI 보다 5배 이상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 초고해상도를 필요로 하는 가상현실 관련기술(VR, AR), 빔프로젝터 등 미래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로까지 폭넓게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초고밀도 데이터 저장매체 ▲3차원 구조 초고해상도 암호 패턴을 이용한 위조방지 기술 ▲카메라 센서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미국화학회(ACS) NANO 논문에 게재된 한국전기연구원 성과 [사진제공 = 한국전기연구원]
연구팀은 특히 KERI의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이 유연 기판재료인 폴리이미드(Polyimide)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에도 직접 인쇄가 가능해 웨어러블·롤러블 장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기술개발자 표재연 KERI 박사는 "3D프린팅 기술을 디스플레이 산업에 적용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흔히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3D프린팅 연구와는 달리, KERI의 기술은 3D프린팅 소재부터 원천기술 및 장비까지 '통합 솔루션'을 개발한 완전한 기술독립의 실현"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행하는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급 SCI 학술지 'ACS Nano'에 지난달 31일자로 게재됐다. 논문 수준을 평가하는 'Impact Factor'는 14.588로, 전체 SCI 학술지 중 상위 1.625%다. 1저자는 배종천 석사과정이며, 교신저자는 표재연 박사, 과제 책임자는 설승권 박사다.
연구팀은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이미 완료했다.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업체를 발굴해 3D프린팅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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