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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20명 등판’ 기록적 혈투서 도드라진 ‘소방수’ 정우람의 가치 [MK시선]
입력 2020-08-12 04:29 
한화 이글스 정우람애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둔 프로야구에 빅딜이 성사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정우람(35)의 가치가 돋보인 하루였다. 최다 투수 출장 신기록이 새로 작성된 날 한화 승리에 발판을 놓는 소방수다운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화와 키움 히어로즈전은 말 그대로 혈투였다. 연장 12회까지 진행됐고, 결과는 12회초 2점을 올린 한화의 7-5 승리였다.
12회말까지 4시간 58분이 소요됐다. 양 팀은 각각 10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도합 20명이 투수가 이날 경기에 등장한 것이다. 이는 KBO리그 역대 한경기 최대 투수 출장 신기록이다.
이날 키움의 경우 선발 최원태(5이닝 5실점)부터 양현(⅔이닝)-이영준(⅓이닝)-오주원(1이닝)-안우진(1이닝)-조상우(1이닝)-김상수(1이닝)-김재웅(1이닝)-김동혁(0이닝 1실점)-조성운(1이닝 1실점)이 등판했다.
한화는 선발 워윅 서폴드(4이닝 5실점)를 시작으로 송윤준(1이닝)-안영명(1이닝)-강재민(1이닝)-김종수(⅔이닝)-정우람(⅓이닝)-김진영(1이닝)-윤대경(2이닝)-임준섭(⅔이닝)-김진욱(⅓이닝)이 차례로 등판했다.
특히 한화는 서폴드 이후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들이 무실점 릴레이를 12회말까지 이어가며, 짜릿한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홀로 2이닝을 소화한 윤대경은 데뷔 첫 승을 수확했다.
그래도 8회말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불을 끈 정우람의 호투를 빼놓고 이날 승리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5-5로 맞선 8회말, 한화는 김종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하지만 김종수는 선두타자 박준태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박준태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김종수는 서건창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하성을 2루 땅볼로 처리했지만, 상황은 2사 3루로 바뀌었다. 여기서 김종수는 에디슨 러셀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한화의 실점위기였다. 실점하면, 경기를 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화는 9회초가 마지막 공격이 된다. 한화로서는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
결국 마무리 정우람이 출격했다. 정우람은 키움에서 가장 까다로운 이정후와 승부를 펼쳐 5구만에 볼넷을 내줬고, 결국 만루로 위기가 바뀌고 말았다. 그리고 상대해야 하는 타자는 박병호. 박병호는 이날 3회말 투런홈런을 때리는 등 감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정우람은 3구 만에 박병호를 좌익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물론 아찔한 타구이긴 했다. 좌익수 노수광이 몸을 날려 잡는 그림같은 수비였다. 그래도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 막는 정우람의 노련한 경기운영이었다.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었고, 한화는 키움 쪽으로 가던 흐름을 지켰다.
이날 정우람은 6일 만에 등판했다. 가장 최근 등판은 지난 5일 대전 NC전이었다. 정우람은 2이닝을 던지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 전 등판은 지난달 31일 잠실 LG전이었다. 마찬가지로 정우람은 LG전에서도 2이닝 마무리를 펼쳤다.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에서 정우람의 등판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기고 있는 상황보다 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시즌 정우람은 등판 간격이 넓은 대신에 2이닝 마무리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또 끊임없이 트레이드설의 중심에 서있기도 하다. 올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8월 15일로 이제 3일 남은 셈이다. 선두에 위치해 있지만, 최근 마무리 원종현부터 전반적으로 불펜진이 불안한 NC다이노스와의 트레이드설부터 이날 혈투의 상대인 키움도 심심치 않게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위인 키움도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정우람 영입을 통해 탄탄한 불펜을 더욱 두텁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한화-키움전 중계방송사인 MBC스포츠플러스는 경기 중계 도중 정우람 트레이드설을 다루면서 키움 유니폼과 합성한 정우람 사진을 내보내기도 했다.
빡빡한 일정에 8월부터라도 더블헤더로 일정을 치러야 하는 프로야구다. 안정적인 불펜 투수는 귀할뿐더러 금값이다.
물론 당사자인 정우람은 답답할 노릇이다. 앞서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도 한화 선수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은데, 팬들까지 나를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역설적으로 이날 피칭은 통산 173세이브를 거둔 KBO리그의 대표 마무리투수 중 한 명인 정우람의 가치를 충분히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트레이드설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우람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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