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강남아줌마들은 다 안다는…짭잘한 국민연금 추납재테크
입력 2020-08-11 10:20  | 수정 2020-08-11 15:35
국민연금 연령별 추납신천 현황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A씨(59)는 20대 때 1년 정도 직장을 다니다 퇴사한 후 30년 간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아왔다.
그러다 작년에 247개월치에 해당하는 보험료 1억800만원을 추후납부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했다. A씨는 63세부터 매달 꼬박 꼬박 94만원 씩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향후 10년만 연금을 타도 추후납부액 이상을 가져오는 '짭잘한 재테크'다. 9일 복지부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2019년 추납 신청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 같은 추후납부 제도를 이용한 국민이 14만7254명에 달했다. 2016년 말 무소득 배우자도 추후 납부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고 소위 '강남 아줌마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신청자가 가파르게 늘었다.
국민연금 추후납부(이하 추납)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후 실직이나 폐업, 가정주부로 경력단절 등의 사유로 국민연금 가입이 제외된 기간 동안 납부하지 않았던 국민연금 보험료를 추후 일시에 납부하는 것을 이른다.
경력단절 여성 등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최근 부자들의 벼락치기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금융회사에 가입하는 개인연금과 달리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해 연금액을 올려주기 때문에 실질 수익률이 높다. 2017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익비는 최저 1.6에서 최고 2.9로 나타났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비해 적어도 1.6배 이상 더 많은 연금으로 돌려받는다는 의미다.
실제 납입기간이 긴 상위 5명의 사례를 살펴 보니 국민연금을 1개월만 가입하고 291개월치 보험료를 추후 납부해 월 49만650원의 연금을 타간 가입자도 있었다. 가입 한 달 만에 연금 24년 치 수급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7개월 가입하고 283개월치 보험료 4329만원을 내고 월 78만1600원 연금을 받게 된 50세 국민 사례도 있다. 이 경우 향후 6년만 연금을 받아도 추납한 금액보다 더 많이 가져가게 된다.
저금리 시대의 은행이자보다도 수십배 이익이다 보니 고소득층 사이에서 '재테크 꿀팁'으로 입소문이 계속 나고 있고 금융회사에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실태다. 추납은 노후 준비를 안 하다가 한꺼번에 부어도 되어 성실 납부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문제도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이자조차 없이 추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따라 국민연금 수령액은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일찍 가입한 세대일수록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추납제도는 세대간의 형평성도 해친다. 현재 추납 신청자 연령은 은퇴 직전인 50~60대가 12만 9856명으로 전체의 88.2%에 달한다.
국회는 악용사례를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추납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추납 제도와 관련해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오스트리아·프랑스·독일 등에선 학업·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등으로 신청 사유를 제한하거나 추납 인정 기간을 최대 5년까지만 두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추후납부제도는 초기에 가입자를 늘리고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여성을 위해 도입됐으나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성실납부자와 젊은세대와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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