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양가족 있어도 생계급여 지급…18만가구 26만명 신규혜택
입력 2020-08-11 08:26  | 수정 2020-08-18 09:04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 급여 중 하나인 '생계급여' 수급자를 선정할 때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됩니다.

이에 따라 자식 등 부양가족이 있어도 본인의 조건만 충족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대상은 약 18만 가구, 26만 명에 달합니다.

또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비롯해 수급권자의 소득·재산 반영 기준 등을 개선해 추후 19만9천 명이 추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 생계·의료급여 못 받는 빈곤층 73만 명…"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26만 명 지원"

보건복지부는 어제(10일)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에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의료급여 보장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실태 조사 및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재산 등이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에 불과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생계·의료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2018년 기준으로 73만 명에 달합니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내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합니다.

복지부는 "제1차 종합계획을 수립한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와 보장 수준은 지속해서 확대됐지만 높은 노인 빈곤율과 인구 고령화를 고려하면 근로 능력이 없는 노인을 포함한 포괄적인 빈곤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요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이후 20년간 유지해 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간 빈곤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걸림돌로 여겨져 왔습니다.

생계급여를 신청하려 해도 1촌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 등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에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교육급여, 주거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바 있어 기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정부는 먼저 2021년에는 노인과 한부모 가구를 대상으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뒤 2022년에는 그 외 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를 신청하는 본인의 소득·재산이 급여 선정 기준을 충족한다면 부양의무자 유무와 관계없이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복지부는 약 18만 가구, 26만 명이 신규로 급여를 지원받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에서는 일정한 '부양비'를 수급권자의 소득인정액에 포함해 그만큼 급여를 차감하고 있는데, 부양비 또한 폐지되면 약 4만8천 가구(6만7천 명)의 급여 수준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연 소득 1억 원 또는 부동산 재산 9억 원을 초과한 부양의무자에 대해서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대신 개선…2021년부터 청년 가구, 주거급여 분리 지급

의료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개선 방안이 추진됩니다.

정부는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제2차 종합계획 기간 내에 부양비 및 수급권자의 소득·재산 반영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 등도 함께 추진해 19만9천 명(13만4천 가구)이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수급권자 범위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제3차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까지 적정 본인부담 등 재정지출 효율화 방안과 연계한 내용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위원회 논의 결과 의료급여 개선 방안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 방안 등 취약층의 의료보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포함해 검토한다는 내용을 부대 의견으로 덧붙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2차 종합계획을 통해 빈곤층의 기본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3개 복지사업 선정 기준 등으로 쓰이는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하는 방식에서는 기존의 가계 동향조사 대신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함으로써 급여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수급자 가구에 해당하는 1∼2인 가구의 생계급여 보장 수준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복지부는 강조했습니다.

의료급여의 경우 건강보험내 저소득층과 위기가구 보호도 지속해서 강화합니다.

차상위 희귀난치·중증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의료급여와 동일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의 기준 금액을 낮추는 등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합니다.

주거급여에서는 현재 시장 임차료 대비 약 90% 수준인 기존 임대료를 2022년까지 현실화할 방침입니다. 청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주거급여 수급 가구내 미혼 청년에게는 2021년부터 주거급여를 분리 지급할 계획입니다.

교육급여는 수급자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항목 중심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지원비'로 통합해 지원할 방침입니다. 원격 교육을 비롯한 새로운 교육 활동에 대한 지원도 강화합니다.

박 장관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담은 제2차 종합계획 수립은 20년 전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당시 그렸던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청사진을 온전히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발표된 2차 종합계획을 놓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임기 내에 실현되는 게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대통령께서 부양의무자 조건을 완화·철폐하겠다고 한 것은 생계급여에 초점이 있지, 의료 급여를 말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저소득층의 의료 보장 강화 방안을 다각도로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저소득층의 의료 보장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폐지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진료비 부담이 되는 비급여 항목의 급여 전환을 통한 보장성 확대 등과 병행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향후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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