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이 1.9%의 상승률을 보였다. 1975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계,기업,정부 순처분가능소득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순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1.9%로 통계 집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1.1%)와 일본(1.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3번째로 낮았다. 순처분가능소득은 감가상각, 소득재분배 등을 거친 이후의 소득을 의미한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근로자 급여를 의미하는 피용자보수가 3.5% 늘었으나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 재산소득이 7.2% 급감했고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도 2.2% 감소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억지로 끌어올린 급여를 제외하고 가계의 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정부에서 가계로의 소득재분배를 의미하는 순경상이전도 마이너스폭이 126조8000억원에서 128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재산소득에 속한 이자소득은 가계부채 증가로 감소폭이 4조5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택 관련 대출액이 늘고 가계 소득이 줄며 생존을 위한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저축의 주체로 인식돼 온 가계의 순이자소득이 2017년 처음으로 감소전환했고 그 폭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고 밝혔다. 가계 배당소득은 기업활동이 위축되며 7.7%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기업의 순처분가능소득 또한 166조4000억원에서 158조5000억원으로 줄며 2015년 수준(158조2000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2017년 193조1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다음해 166조4000억원으로 급감한 뒤 2019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기업의 순처분가능소득 감소는 기업 영업잉여가 2년 연속 줄어든 결과다. 감소폭 또한 1.2%에서 8.3%로 확대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기업 영업잉여가 플러스였던 것과 대조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자영업자 등 생산주체의 활력 위축은 가계소득 구성항목인 피용자보수, 영업잉여, 재산소득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줘 결국 가계소득 둔화를 초래한다"며 "가계소득을 늘리려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2019년 순처분가능소득의 연평균 상승률은 정부(5.5%), 가계(4.2%), 기업(0.8%) 순이었다. 정부 증가폭이 큰 것에 대해 한경연은 가계 및 기업의 '소득·부에 대한 경상세와 사회부담금'이 같은 기간 연평균 8.1% 급등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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