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미래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지난 7일 열인 교보생명 창립 62주년 기념식은 여느 기념식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회사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생존 문제를 화두로 꺼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언택트(비대면)로 치러진 창립기념식에서 신 회장은 보험업계를 둘러싼 '시계 제로'의 경영 환경에 대해 진단하며 위기론을 설파했다.
신 회장은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고금리 상품의 비중이 높은 대형사들의 경우 이차역마진 확대로 재무건전성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부채적정성평가(LAT) 결손금액과 각종 보증준비금이 급격히 늘어 자본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금융감독당국이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시행할 예정인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빅테크(대형 IT 기업)에 대한 경계감도 내비쳤다. 금융시장에 빠르게 침투해 전통 금융회사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신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양손잡이 경영'을 제시했다. 전사 차원의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금융·보험업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영역에도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급격한 시장변화에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려면 '양손잡이 경영'을 해야 한다"며 "한 손으로는 기존 생명보험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업에서도 양손잡이 영업을 하려면 대면 영업방식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비대면 영업방식을 개척해야 한다"며 "요즘 같은 격변의 시대에는 회사 뿐 아니라 컨설턴트와 임직원 모두가 양손잡이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보생명이 추구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혁신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반의 상품·서비스 혁신, 보험사업·자산운용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을 핵심으로 한다. 신 회장은 신사업모델 발굴을 위한 '양면시장 플랫폼' 구축을 주문하기도 했다. '양면시장 플랫폼'이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플랫폼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원하는 가치를 얻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보험사업 중심으로 양면시장 플랫폼을 구축하기는 어려운 만큼 양면시장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는 보험사업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서 찾아내야 한다"며 "강력한 양면시장 플랫폼을 많이 개발하면 할수록 시장에서의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최근 '광화문글판 특별편'에 실린 방탄소년단의 노래 '런(RUN)'의 가사(다시 RUN RUN RUN 넘어져도 괜찮아, 또 RUN RUN RUN 좀 다쳐도 괜찮아)를 소개하며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로 나아가야 한다. 때로는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꿋꿋이 다시 일어나 달려 가자"며 "익숙함을 지나 두려움을 넘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면 교보생명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사랑받는 100년 기업이 될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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