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폭발 참사가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혼란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잔해 아래에 깔려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현지시간으로 어제(6일) 보도했습니다.
주민들은 당국의 구조작업이 느리다며 직접 병원과 무너진 건물들을 오가며 실종된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예산과 장비 부족으로 정상 운영이 어려운 병원들은 몰려드는 부상자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는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 인력과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느리기만 한 구조작업…직접 수색 나선 유가족
이날 현재까지 알려진 폭발 참사 사망자는 157명입니다. 부상자는 약 5천 명으로 추정됩니다.
실종자 중에는 폭발 직후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된 군인, 소방대원, 항구 근로자들도 포함된다고 WSJ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한 경제 위기 여파로 당국의 구조 작업은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응급 요원들이 도착해도 구호 장비가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은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직접 건물 잔해나 병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실종자의 사진과 연락처를 올린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WSJ은 "레바논 국민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정부에 별 기대를 걸지 않고 직접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수색 작업에 자원한 21살 가렌(학생)은 가디언에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는데, 정부로부터 아무 지원도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예산부족·감염병 여파로 병원은 '한계상황'
베이루트 시내 병원들은 속출한 부상자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직원들도 모자라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급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로 이미 병실이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고 당일인 지난 4일 저녁, 일부 병원은 유리 파편에 맞아 피 흘리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이런 병원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며칠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항구 근처 병원들은 폭발 충격에 직접 노출됐습니다. 알 롬 병원에선 폭발 충격으로 간호사 4명과 환자 13명이 숨졌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의료진이 부상자들을 길거리에서 진료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는데 누가 어느 구급차에 탔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사 앞에 단결하는 국제사회…구호지원 이어져
현재 베이루트에는 각국과 국제단체들이 보낸 구호팀과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차원 지원의 일환으로 그리스, 프랑스,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체코 등에서 약 250명의 구조대원이 파견돼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날 베이루트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레바논 입국 직후 공항에서 "레바논 국민을 위해 의료 물자와 의약품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결집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은 500만 파운드(약 78억 원)에 달하는 구호 패키지를 보냈으며, 덴마크(약 23억 원), 독일(약 14억 원), 노르웨이(약 33억 원) 등은 구호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미국 군 당국도 이날 식량과 의료 물자를 레바논에 지원했으며 향후 24시간 이내에 추가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등 국제기구와 구호단체 역시 자금과 의료물자를 지원한 상태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