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주한 필리핀 대사에 대해 외교부가 필리핀 정부에 인도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성추행 혐의를 받는 한국 외교관에 대한 소환 요청을 한 사실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수차례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올해 초 본국으로 돌아간 노에 웡 전 주한 필리핀 대사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웡 전 대사는 지난해 12월 재직 당시 한 한국인 여성을 뒤에서 껴안는 등의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대사직으로 물러나 본국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경찰은 소환 조사가 어려워지자 지난 5월 인터폴과 공조해 웡 전 대사에 대한 적색 수배를 발령했다. 웡 전 대사는 현재 한국 대사직을 내려놨기에 면책특권이 없으므로 신병만 확보되면 한국에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국민 인도 여부는 필리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외교부가 이를 요청한 것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지난 2017년 뉴질랜드에서 남성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 외교관 A씨에 대한 처우 문제도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A씨는 2018년 초 필리핀 총영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최근 뉴질랜드 경찰과 정부가 A씨에 대한 인도 요청을 제기하며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외교부는 "웡 전 대사의 경우는 적색 수배 발령이 났기에 그에 적법하게 인도 요청을 한 것이고, 외교관 A씨에 대해서도 먼저 법적 절차를 따른 뒤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기에 모순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지난 3일 A씨에 대해 귀임 통보를 하고 뉴질랜드 정부가 요청하면 형사사법 공조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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