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人터뷰] "꼬뜨 게랑, 약 빨았냐고요?" 빙그레 실험실 가보니
입력 2020-08-01 08:20  | 수정 2020-08-01 12:12
빙그레 NC팀 이병욱 대리(왼쪽)와 김수영 사원.

"2020년에는 20번 도전하고, 20% 이상 성공하자"
빙그레 뉴 카테고리(NC)팀은 올해 팀훈을 이같이 정했다. 실패해도 좋으니 무조건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다는 각오였다. 팀원은 총 다섯 명. 한 사람당 4번 이상의 도전이 이어졌다. 결과는 대성공.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던 '꼬뜨-게랑'과 '메로나 케이크' 등은 모두 NC팀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그 배경에는 '빙그레에서 유일하게 실패가 용인되는 팀'이라며 기다려준 회사의 변화가 있었다. 그들의 화려한 실패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에서 만난 이병욱(31) 대리와 김수영(28) 사원은 각각 꼬뜨-게랑과 메로나 케이크 등을 론칭한 주인공이다. 꼬뜨-게랑은 빙그레 스낵 꽃게랑을 패션화한 브랜드로, G마켓에서 가방, 마스크, 셔츠 등을 한정 판매한 결과 단 하루 만에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뚜레쥬르와 손잡고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빵과 케이크 등 제과류로 재탄생시킨 메로나 시리즈는 출시 한 달 만에 30만개가 팔리는 등 협업 상품의 새 기록을 세웠다.
빙그레 '꼬뜨-게랑'. [사진 제공=빙그레]
◆ 86년생 과자와 MZ세대의 만남
빙그레가 꽃게랑으로 마케팅을 실시한 건 20여 년 만이다. 1986년 출시된 꽃게랑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10~20대와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다 이병욱 대리는 '선을 넘어보자'라고 생각했다. 10대들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꽃게랑을 명품화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있어 보이는' 꼬뜨-게랑이라는 브랜드명을 만장일치로 정했다. 이후 가방과 티셔츠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다녔다. 지코 모델 선정은 신의 한 수였다.
"꽃게랑이 오랫동안 소비자들과 소통을 하지 않아서 무조건 새롭고 신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곰표 패딩, 맛동산 티셔츠 등 장수 브랜드 굿즈가 쏟아지는 가운데 남들과 다른 한 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은 안국역 인근에서 실제로 꼬뜨-게랑 셔츠를 입고 데이트를 하는 커플을 봤는데, 성취감에 뿌듯하더라고요." (이병욱 빙그레 NC팀 대리)
빙그레에 따르면 꼬뜨-게랑 미니백 가격은 3만7000원이다. 미니백은 소가죽으로 제작됐다. 두 개를 팔아야 한 개 이윤이 겨우 남는다. 빙그레가 돈을 벌기 위해 꼬뜨-게랑을 론칭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꼬뜨-게랑의 성공은 꽃게랑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빙그레가 꼬뜨-게랑을 론칭한 뒤 7월 한 달간 꽃게랑 판매량은 전월대비 2배 이상 뛰었다.
빙그레 '꼬뜨 게랑' 및 메로나, 붕어싸만코 굿즈.
◆ 서점서 메로나도 팔아봤다
메로나는 빙그레의 대표 아이스크림이다.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잘 팔린다. 김수영 사원은 이를 위기로 받아들였다. 빅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커질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메로나 케이크와 붕어싸만코 독서대 등이다. 빅 브랜드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자들을 분산시키고, 로열티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빙그레는 예스24와 붕어싸만코 독서대, 북파우치 등 굿즈를 선보인 결과 전량 품절이라는 성과를 냈다.
"독서와 아이스크림이라는 연결고리가 독특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재밌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서점에 냉동고를 두고 메로나를 팔아보기도 했어요. 현장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저부터 안 찾아요. 메로나 케이크처럼 고정관념을 깨야 이슈가 됩니다. 빨래나 크림에서 메로나향이 난다면 재밌지 않을까요?" (김수영 빙그레 NC팀 사원)
김 사원은 요즘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협업 요청을 검토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협업 상품이 많아지자 제품 라이선스 등 빙그레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업무도 늘었다. 그는 빙그레 어벤저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메로나와 바나나맛우유 등을 통합 브랜드로 묶어 소비자들이 한 번에 빙그레를 느낄 수 있게 만들겠다는 포부다.
예스24 빙그레 굿즈. [사진 제공=빙그레]
◆ 꽃게 거울·꽃게스트하우스도 있었다
빙그레 NC팀이 만들어진 건 지난해 초다. 1조원 벽을 깨지 못하고 8000억원대에서 정체화된 연간 매출을 끌어올려보자는 취지에서 구성됐다. 목표는 '실패가 용인되는 팀'이었다. 다섯 명의 NC팀원들은 "뭐라도 해야 한다"라는 사명감에 실험맨이 됐다. 그 과정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휴지통으로 직행한 아이디어들도 상당했다.
먼저 꽃게 거울이다. 이 대리와 김 사원은 꽃게랑의 게 다리를 활용, 거울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여러 개인 게 다리에 각각 거울을 붙이고, 반사 효과를 이용해 귀를 파는 모습을 자신이 볼 수 있게끔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결국 꽃게 거울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는 데 실패해 무산됐다. 꽃게랑을 테마로 꾸민 꽃게스트하우스 등도 실제 진행되진 못했다. 꽃게랑 매운맛 시리즈로 기획한 오리엔탈 커리맛은 부진한 판매량에 생산이 중단됐다.
"꼬뜨-게랑이 꽃게랑의 첫 번째 '부캐(부캐릭터)'였다면 앞으로 2번 부캐, 3번 부캐 등 소비자들에게 보여드릴 게 많이 준비돼있습니다. 꼬뜨-게랑을 시작으로 빙그레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최대한 도전을 많이 해볼 생각입니다." (이병욱 빙그레 NC팀 대리)
"SNS에서 소비자들이 남긴 댓글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하면서 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빙그레 직원들 약 빨았냐', '최근에 빙그레에 누가 입사한 거냐'에요. 앞으로도 젊어지는 빙그레, 잘 지켜봐 주세요." (김수영 빙그레 NC팀 사원)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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