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편투표 확대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11월 3일 대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대응 부실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최근 불복 가능성을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대선 연기'라는 카드를 꺼내 판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역대 최악의 미국 경제 실적이 공개된 직후라서 이 악재를 덮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대선 연기' 카드를 국면 전환용으로 던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보편적인 우편 투표(바람직한 부재자 투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도입으로 2020은 역사상 가장 오류가 있고 사기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은 미국에 엄청난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적절하고 안전하고 무사히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미룬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편투표가 이미 비극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며 민주당도 외국이 선거 개입을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 우편투표라는 것을 안다고 비난했다.
의문형으로 떠보는 식이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대선 연기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이어서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우편투표=사기·부정선거' 프레임을 주장해 왔으나 대선 연기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연기를 위한 법적 권한은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미 헌법상 선거의 시기와 장소, 방식 조정 권한은 상·하원에 있으며, 관련 법률을 바꿀 권한은 의회에 있다. 또한 헌법상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의 임기 개시일은 대선 이듬해 1월 20일로 고정돼 있다.
이에 따라 현 의석분포상 대선 연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지난 2분기 미국 성장률이 1947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73년만에 최악의 기록을 나타낸 것으로 발표된 직후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는 점을 내세워 불안감을 조장함으로써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제안이 대선 패배 두려움에 따른 처사라고 맹공하며 대선 날짜 변경 불가 입장을 못 박았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유력 거론되는 인사 중 한 명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트윗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겁에 질려 있다. 그는 그가 조 바이든에게 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11월 3일 투표함에서 당신을 만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라고 덧붙였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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