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횡령 등 비리 공무원을 단죄하기 위해 마련된 징계부가금 제도가 도입된 지 만 10년 됐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죄질이 나빠 파면·해임된 전직 공무원들은 무일푼이라고 주장하며 '배 째라'는 식으로 버티기 일쑤입니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상 미납된 징계부가금을 지방세 체납 처분 절차에 따라 징수할 수 있지만, 막무가내식으로 버티거나 재산을 빼돌렸을 경우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공직 비리 척결을 위해 수뢰·횡령액의 최고 5배까지 징계부가금을 물리는 것도 좋지만, 더욱 강력한 징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오늘(30일) 충북도와 11개 시·군에 따르면 징계부가금 제도가 도입된 2010년 3월 이후 금품 비리에 연루돼 징계부가금을 부과받은 전·현직 공무원은 71명입니다.
모두 횡령이나 뇌물 수수 등 금품 비리에 연루됐고, 부과된 징계부가금 총액은 무려 45억7천200만 원에 달합니다.
이들 중 62명은 징계부가금을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납부액은 부과액의 2.8%인 1억2천221만8천 원에 머무릅니다. 1인당 평균 197만1천 원을 낸 셈입니다.
반면 미납액은 43억8천413만 원에 달하는데, 파면·해임된 전직 공무원 9명이 내지 않은 것입니다.
사안이 경미해 공직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소액 납부자는 성실히 부가금을 내지만 수뢰·횡령 금액이 커 파면·해임된 '큰 손'들은 무작정 버티는 모양새입니다.
영동군에 재직했던 A 씨에게 2011년 부과된 징계부가금은 26억2천500여만 원이나 됩니다.
A 씨는 보건소 회계 업무를 담당하던 2010년 재활치료센터 공사비·의약품 구매비 9억8천만 원을 횡령했습니다.
군은 징계부가금 제도 도입 이후의 횡령액을 8억여 원으로 계산해 3배에 달하는 부가금을 물렸으나 A 씨는 여태껏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2010년 10∼12월 KT&G 소유의 옛 청주 연초제조창 매입 과정에서 6억6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전 청주시 공무원 B 씨도 13억2천200여만 원의 징계부가금이 부과받았으나 납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이 한 푼도 없다는 것입니다. 해당 시·군은 두 사람의 재산을 조회했지만 압류할 재산을 찾지 못했습니다.
거주하는 아파트 등 부동산은 다른 사람 명의이고, 금융계좌도 비어 있습니다.
압류 처분이 이뤄진 사례는 지난 10년간 단 1건입니다.
징계부가금은 지방세 체납 처분 절차에 따라 징수할 수 있는데, 금액이 커질수록 지방자치단체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빼돌린 재산이 확인되면 압류하겠지만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재산 조회나 통장 압류 조치가 전부"라며 "현재로서는 미납된 징계부가금을 징수할 가능성이 극히 작다"고 털어놨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