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인사에 불만을 갖고 승진한 직장 동료를 비방하는 글을 게재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의사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최한돈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2016년 9월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B 씨가 사내 인사에서 승진하자 불만을 갖고 실명으로 병원 내부망에 'B 씨의 근무 태도가 매우 불량했고 승진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A 씨가 올린 글에는 B 씨가 병원 채용 당시에도 '낙하산 입사'로 들어왔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A 씨는 이런 내용을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일반 직원 1천여명에게 전송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으며 '비방의 목적'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게시글로 인한 병원 내 혼란의 책임자로서 받는 비난과 역공격, 지도부와의 갈등 관계, 내부고발자로서의 무거운 책임 및 그 밖에 자신에게 닥쳐올 수 있는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글을 올렸다"며 "이는 단순한 개인적 불만의 표출이나 비방을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려운 과감한 행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수사 결과 실제로 B 씨의 채용 비리는 대체로 사실로 밝혀졌다"며 "B 씨의 채용 비리는 당시 병원 지도부가 개입되어 있었으므로, 지도부에 건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보이는바, 지도부 바깥으로 사실관계를 알리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했다고 이해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글은 표면적으로는 피해자 한 명의 불성실함을 문제 삼고 있지만, 피해자의 채용에 관여한 지도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비합리적 상황과 서로 눈치를 보느라 이를 터놓고 비판할 수도 없게 만드는 분위기는 병원조직 전체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