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월세 시장 개혁될까…임대차3법, 국회 상임위 관문 넘어
입력 2020-07-29 16:52  | 수정 2020-08-05 17:07
서울 시내 주거지역 전경 [사진 이미연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 법안이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국회 상임위원회 관문을 넘었다. 임대차 3법이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기존과는 다른 임대차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날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9일 최고위에서 임대차 3법과 관련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됐기 때문에 추가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온전히 책임진 지금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입법과 제도 개혁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29일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가결
이날 가결된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윤후덕·박주민·백혜련·박홍근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법사위 대안이다.

법안은 2년의 기본 임대 기간에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2년 더 거주하게 하는 2+2 방식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 임대료의 5% 이상 넘지 못하게 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5% 이내에서 상승폭을 다시 정하게 하는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에 계약한 세입자도 행사할 수 있어 소급적용 논란이 일고 있으나, 당정은 존속 중인 계약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소급적용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계약 만료 6개월~1개월 전에 행사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집주인이 묵시적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한 법 조항을 준용한 것이다. 세입자는 계약 연장 후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해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의원들이 법안으로 제시한 계약갱신권 기간은 4년(2+2) 외에 6년(2+2+2), 무제한 등으로 다양했지만 가장 낮은 수준인 2+2가 선택됐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해 임대차 존속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집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왕창 올리고 시작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신규 계약 임대료가 높아지게 돼 오히려 세입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점 등이 감안됐다.
법안에는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낸 뒤 다른 세입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세입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법정손해배상청구권제도 담았다. 세입자는 계약 갱신 당시 3개월 월세,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에 전월세를 주고 얻은 임대료와 거절 당시 임대료 간 차액의 2년분, 갱신거절로 인해 입은 손해액 중 큰 액수를 청구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정부가 정하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우선 사용하게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임대차 3법 도입 촉구 나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사진 참여연대]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신고제만 내년 6월 시행
전날 법사위에서 처리된 전월세신고제와 함께 내달 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전월세신고제는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1일 시행된다. 전월세신고제는 계약 후 30일 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하게 하는 내용으로, 세입자가 굳이 전월세신고를 하지 않고 전입신고만 해도 신고한 것으로 처리되는 제도를 말한다.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때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신고 내용은 시행령에 담을 예정인데, 임대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및 임대료, 임대기간 등 계약사항이 될 전망이다. 계약 당사자가 모두 신고 의무를 지지만 공인중개사는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월세신고를 하면서 임대차계약서까지 제출하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신고는 구청을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거래내역을 입력한 후 전자서명을 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전월세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만원, 허위신고에 대해선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토부는 제도 초기인 점을 감안해 우선 과태료를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주택 매매 실거래가 정보처럼 국민에게도 공개된다. 아파트의 경우 동, 평형 정보와 함께 임대료 수준이 제시된다.
◆시민단체 "임대차 3법, 7월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 촉구"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미리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하는 상황 등이 벌어지며 시장은 혼돈에 휩싸이기도 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기존 세입자도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집주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이 됐다는 이유로 계약 연장 불가를 선언해도 효력이 없다. 세입자는 임대차 3법 시행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된다.
하지만 집주인이 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이미 새로운 세입자를 받았다면 다른 세입자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다.
이는 임대차 3법이 7월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되어야 시행된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각계 113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월 임시국회에서 임대차 3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향후 신규 임차인에 대해서도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시 인상률 상한을 물가상승율 등과 연동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해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등은 "이번 법개정에서 임대료인상률 상한제가 신규 계약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임대료 폭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남겨둔 것도 문제"라며 "지금까지 시행해보지 못한 주택임대차 안정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여러 다양한 문제들이 대두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기적인 세입자 주거 안정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국회는 추가적인 제도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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