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가운데 거대 여당의 독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 법안 처리 강행에 '전면 투쟁'으로 맞서기로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중진 의원들과 비공개 연석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5선·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원내외 병행 투쟁을 제안했다. 176석 거대 여당에 103석으로 맞서면 매번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원내에서만 모든 일을 하려고 하는데, 민주당이 원내에서 막아버리면 통합당은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들(여권)은 정치공작·국정농단을 서슴지 않는다. 권력이 국민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 지 본보기를 보여주는 투쟁을 시작하자"며 강경 투쟁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도 정 의원 주장에 동의하면서 "과거 방식처럼 광화문 집회나 서울광장 집회 이런 걸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원내에서 풀어내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대중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가 아닌 바깥에서 활동도 중요한데, 이걸 어떻게 가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어떻게든 여당의 폭정과 폭거를 알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거대 여당에 맞설 투쟁 방향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 했다. 홍문표 의원(4선·충남 홍성예산)은 "밖에 나가면 국민이 안 좋아할 거라고 참고 기다려 왔는데 기다린 이유가 뭐냐"며 "야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현수막을 걸든지, 지역위원회별 소규모 집회라도 열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며 "결심하고 행동하는 순서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의원(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4년 임기에 집착할 이유가 뭐 있나"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걸고 투쟁해야 할 시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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