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흥국으로 넘어오는 달러…외국인 이달 삼성전자 2.3조 매수
입력 2020-07-28 17:46  | 수정 2020-07-28 20:59
외국인 자금이 1조3000억원 이상 들어오며 코스피가 전고점 부근까지 급등한 28일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김재훈 기자]
◆ 아시아증시 고공행진 ◆
전 세계 어디를 가나 통용되는 기축통화인 달러 약세를 유발시킨 것은 전염병이었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번지기 시작하자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이미 경험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빠르게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시작했고, 전에 없던 엄청난 돈 풀기가 단행됐다. 3월 초 달러를 제외한 주식, 채권, 금 등 금융시장 핵심 자산들이 동시에 폭락하고, 4월에는 국제 유가마저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는 등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나온 조치였다.
어마어마한 부양책이 나오면서 시중에 돈은 엄청나게 풀렸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경제 상황이 유례없이 좋지 않으면서 대부분 사람들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긍정적으로 봐도 U자형 반등을 할 것이고, 나쁘게 보면 L자형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동성의 힘과 이로 인한 달러 약세에 주식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국내에서는 코스닥이 먼저 기존 전고점을 돌파했고, 미국에서는 뉴욕 증시의 핵심인 나스닥이 최초로 1만을 돌파했다. 28일 코스피도 전고점인 2267.25에 거의 근접한 2256.99로 마감하면서 국내 양대 증시는 모두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복귀했다. 더 이상 '현금'을 믿을 수 없게 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속하는 주식시장에 돈을 넣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상승하는 신흥국으로 간 것이다. 달러 가치를 판단하게 해주는 달러인덱스 현물은 27일(현지시간) 93.82로 마감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전 국내 증시가 1400대까지 떨어졌다가 2000대를 금세 회복한 것은 순전히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었다. 외국인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무차별 과매도를 하면서 지수가 폭락할 때 이를 떠받친 것은 '저가 매수'를 노렸던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그러나 2000선을 넘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힘으로만 증시가 뻗어나가는 데는 한계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2000 돌파가 지난 5월 26일 이뤄졌고, 2100 돌파는 이후 단 8일 만인 6월 3일 이뤄졌다. 그러나 2200까지는 길었다. 2200을 돌파한 것은 7월 15일이었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순매수에 나서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이후 주식시장보다는 외환시장 변화가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경제나 코로나19 상황 등은 별로 바뀐 것이 없는데, 달러화가 급격하게 약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대기하고 있던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트리거'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28일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날 하루 외국인이 사들인 삼성전자 보통주 주식은 9201억원어치나 된다. 이 덕분에 이날 코스피에서도 삼성전자는 유독 튀어올랐다. 삼성전자는 5만86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전일 대비 5.4% 상승했다. 지난 2월 21일 5만9200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여 만에 종가 기준 가장 높은 가격이다. 7월만 놓고 봐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3608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2위인 포스코(2228억원)에 비해 압도적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전자의 급등은 한국 대표 주식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과 미국 행정부의 1조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 기대감에 따라 신흥국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로 돌아왔고, 가장 비중이 큰 삼성전자 매수세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은 정보기술(IT) 섹터로 구분돼 있다"며 "한국 주식을 담으면 가장 먼저 삼성전자를 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 약세 역시 한국 주식과 삼성전자 주가에는 호재"라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 한국 주식을 살 때 시세 차익과 함께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삼성전자는 바이코리아 개념으로 외국인이 사는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인텔 이슈 역시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3일 인텔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7㎚(나노미터) 칩 출시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지연된다고 밝혔다.
황민성 삼성증권 이사는 "인텔은 종합반도체 회사(IDM) 전략을 고수해 왔으나 7나노 생산공정 지연으로 인해 임시로 자사 설계 CPU 생산을 위탁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을 고객사로 삼으면 비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에서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가전·휴대폰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3분기부터는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매력적이다.
[박인혜 기자 / 우제윤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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