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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라운지] "군생활 3년 힘들었다"…이동걸 발언의 의미는
입력 2020-07-28 17:30  | 수정 2020-07-28 19:56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받은 연임에 대한 질문에 농담조로 "군생활 3년 충분히 힘들었다"고 답하면서 의미를 두고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자 그대로 재임 중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제대'를 원한다는 시각이 있는 한편 연임에 대해 직접적인 의사를 표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최근 산은이 진행한 2020년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이처럼 말했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 임기는 오는 9월 10일까지로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산은 안팎에서는 이 회장 연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을 대신할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지 않는 상황인 데다 청와대가 이 회장에 대한 세평조회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연임 가능성에 대해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이 회장으로서는 인사권자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본인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은 내부에서는 이 회장 연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한 산은 직원은 "굵직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 회장 이상으로 능력을 갖춘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힘들었다"는 이 회장 발언을 두고 이 회장이 산은 회장이 아닌 다른 역할을 원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산은 회장 주요 업무가 구조조정으로 많은 부담이 따르는 만큼 다른 직을 맡아 역할을 하고 싶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지만 그에 비해 산은 회장이 받는 혜택은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건강'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역할에 대한 의지는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단 있는' 이 회장 성격도 회자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 시중은행 행장실로 달려갔던 일이 대표적이다. 한 시중은행 측 반대로 구조조정이 위기에 처하자 이 회장이 해당 은행을 방문해 목소리를 높였던 일이다. 결국 며칠 뒤 이 은행도 산은 구조조정안에 동의하게 됐다. 한국GM 구조조정도 이 회장 '업적'으로 꼽힌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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