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월북 루트' 강화도 배수로 살펴보니…곳곳 '관리 느슨'
입력 2020-07-28 14:28  | 수정 2020-08-04 15:04

최근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이 '월북 루트'로 이용한 인천 강화도 배수로 내부에는 각종 장애물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장기간 관리가 안 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오늘(28일) 연합뉴스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탈북민 24살 김모 씨가 이달 중순 월북 당시 이용한 월곳리 연미정 인근의 배수로 입구에는 진흙이 바닥에 잔뜩 쌓여 있고 호스와 비닐도 나뒹굴었습니다.

조금 더 배수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모래 포대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지름 2㎝ 두께의 철제 기둥 3∼4개도 심하게 녹이 슨 상태로 부러져 있었습니다.

주변을 돌로 쌓아 만든 배수로 내부 왼쪽에는 '저지봉'이라 부르는 이런 철제 기둥 몇 개와 더 얇은 철근들이 세로로 세워져 있지만, 오래전에 설치된 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듯 간격도 일정치 않고 낡은 상태였습니다.


더 안쪽에는 바퀴 모양의 낡은 윤형 철조망도 눈에 띄었으나 김씨가 빠져나간 이후여서인지 정돈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윤형 철조망 주변에 쌓인 바위도 사람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배수로를 제대로 막고 있진 않았습니다.

특히 배수로 내부 오른쪽에 설치된 얇은 철근은 왼쪽으로 휘어져 있어 이 틈으로 김씨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합동참모본부도 김씨가 배수로 내부에 설치된 철제 장애물을 손으로 벌리고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중으로 설치된 장애물이 낡은 데다 김씨의 체구가 왜소해 배수로를 빠져나갔을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합참에 따르면 김씨의 키는 163㎝이며 몸무게는 54㎏으로 일반적인 성인 남성과 비교해 왜소한 체구입니다.

박한기 합참 의장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애물이 좀 오래돼서,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며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월북 시점이 만조 때라서 (배수로 탈출 후) 부유물이 떠오른 상황에서 월북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내놓고 떠서 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김씨의 월북 사건에 대해 "모든 부분의 무한 책임을 국방 장관이 지고 있다"며 "백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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