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갑질 피해'를 입는 대리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리점 단체구성권을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갑질 피해를 신고한 대리점을 상대로 계약해지 등 보복조치를 한 본사에게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법을 손본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개정안을 29일부터 9월 7일까지 40일 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리점의 권익 보호와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사업자 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리점이 사업자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본사가 불이익을 주는 것도 금지했다.
지금도 헌법상 결사의 자유에 따라 대리점들이 단체를 만들 수 있지만, 법률 상 설립근거가 없어 구성과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리점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면서 단체 구성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며 "대리점 단체가 본사에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불공정행위에 대응하는 등의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불공정행위를 한 본사에게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3배소' 제도의 대상을 대리점에 대한 보복조치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정위에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하거나 공정위 조사에 협조한 대리점,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대리점에 대해 본사가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주면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물어주게 된다.
지금까지는 물품 구입을 강제하거나, 경제상 이익제공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3배소를 적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복조치는 대리점의 권리구제를 방해하고 불공정 거래 관행을 고착화하는 대리점법상 가장 악의적인 행위"라며 "3배소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근절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햇다.
공정거래법, 표시·광고법과 같이 대리점법에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다. 대리점법 위반으로 공정위의 조사나 심의를 받는 본사가 자진시정방안을 내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을 단축하는 대신 피해를 입은 대리점을 빠른 시간 내에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밖에 업종별 모범거래기준을 정해 공정위가 본사에 권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본사나 대리점이 표준계약서 제·개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한 이후 규제·법제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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