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국민적인 분노가 가라앉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이번 '7·10조치'의 효과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기다린다면 집값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3일 이 명예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7·10조치의 효과는 좀 더 기다려 보아야 알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단기적인 효과는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보유세 강화가 효과를 발휘할 초석이 마련돼 집값이 곧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는 다주택자가 2년 후 정권이 바뀌고 나서 투기억제 조치들이 무력화될 것을 기대하며 매물을 내놓지 않는 '눈치게임'을 하고 있기에 대책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이 명예교수는 분석했다.
이 명예교수는 "7·10조치가 상당히 강력한 것이었는데도 그 효과가 아직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신이 나서 그 조치를 헐뜯는 데 여념이 없다"며 "내가 늘 하는 생각이지만, 그들은 과연 집값이 안정되는 걸 진심으로 바라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7·10조치의 단기 임팩트가 없었다 해서 그 조치가 실패작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주택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깔아준 질펀한 투기 파티의 광기가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의 집값 폭등으로 인한 공포심과 절박감이 소위 말하는 '영끌' 수요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느냐의 여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면서 "보수야당이 진정으로 집값 안정을 바라고 있다면 일단 정부의 투기억제책에 지원사격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비교적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이고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 여러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집값 폭등이 정말로 급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투기수요를 잠재우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로 집을 사재기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이 명예교수는 그동안 자신이 '암덩어리'라고 불러왔던 임대사업자등록제가 실질적으로 폐기 수순을 밟게 돼 보유세 강화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분위기가 마련됐다는 점을 높이 샀다.
이 명예교수는 '7·10조치'의 임팩트가 미미한 결정적 원인을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 투기억제 조치들이 무력화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게서 찾았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부동산 '투기 억제'가 '투기 조장'으로 기조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 명예교수는 30-40대의 공포구매(Panic buying)로 인한 수요가 급등하고 있지만 이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든 시행 즉시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더구나 보수세력과 일부 다주택자들이 연합해 훼방을 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7·10조치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더욱 어렵다"면서 "7·10조치로 확립된 투기억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얼마 전까지 지속되었던 주택투기의 소란스런 파티는 일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이 내 믿음"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집값이 저절로 안정세를 찾게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글을 맺었다.
[박윤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