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구교환(38)은 2008년 ‘아이들로 데뷔했다. 트렌스젠더 이야기를 그린 ‘꿈의 제인으로 춘사영화상 신인남우상, 부일영화상 신인 남자연기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등을 휩쓸며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본격 상업 영화 데뷔작 ‘반도(감독 연상호)에서 겉과 속이 다른 631부대 지휘관 서대위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속 개봉 첫날 35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구교환은 200만 돌파 소감을 묻자 박스오피스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잘 찾아보지 않는다. 영화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인기를 실감하냐고 질문하자 지금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며 주변에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준다. 잘 봤다고 해주더라”고 미소 지었다.
구교환은 '반도'에서 자신이 연기한 악역 서대위가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을 아니지만 궁금했다고 말했다. 사진|영화 '반도' 스틸
‘반도는 구교환의 본격 상업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배우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을 터. 하지만 구교환은 상업 영화와 독립영화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 만나는 태도는 똑같다. 영화는 관객을 만나며 완성된다. 제가 분리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업 영화를 일부러 안 한 건 아니다. 문득문득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그때마다 다른 작업이 있었다”며 제 만족을 위해 연기한 건 아니다. 만족보다는 ‘반도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이 좋았다. ‘부산행을 볼 때 그 세계관을 잇는 다음 작품에 출연할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기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구교환은 ‘반도 속 악역 서 대위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그는 서 대위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건 이상하다”며 서 대위는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공감하는 마음은 있지만, 옳지 않은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이 사람이 궁금했다. 이 사람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싶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인물의 바이오그래피를 자세히 정하지 않더라도 순간순간 에피소드를 만들어 상상해 본 적 있다. 서 대위가 민간인을 구조하고 다닐 때 마음과 4년 후 변한 마음 그것이 궁금했다. 서대위도 가족이 있었을 텐데 싶더라”며 김 이병에 대한 반응 등 시나리오에서 힌트를 찾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구교환은 `반도` 연상호 감독이 자신을 한국의 호아킨 피닉스라고 칭찬한데 대해 쑥스러워했다. 제공|나무엑터스
서 대위를 어떤 인물로 정의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힌 구교환은 김 이병(김규백 분)이나 황 중사(김민재 분)와 현장에서 유연하게 맞춰갔다. 서 대위에게 정확한 미션이 있었고 목적에 충실했다. 연기에 리액션이 중요하지 않나. 김 이병 말을 듣고 집중하는 서 대위의 등장 신이나 의뭉스러운 연설 신까지 다른 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이야기했다.
연상호 감독은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구교환을 두고 한국의 호아킨 피닉스”라고 칭찬했다. 이에 구교환은 감독님이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너무 쑥스러운 이야기”라며 미소 지었다.
또한, 구교환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목소리에 대해 내가 듣는 목소리는 다르다. 연기도 그렇고 객관적으로 못 본다. 콤플렉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다면 경직되어 있을 거다. 내 목소리에 집중해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다재다능한 구교환은 연출 연기 각본 각각의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제공|나무엑터스
영화 ‘걸스온탑 ‘방과후 티타임 리턴즈 ‘연애다큐 ‘플라이 투더 스카이 등을 연출하거나 각본을 쓰기도 한 구교환은 말 그대로 다재다능한 인물.
그는 무엇이 메인이냐는 물음에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좋아한다. 뭐가 메인인지 정하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해서 편집도 한다. 각 파트마다 절 흥분시키는 지점이 있다. 편집할 때는 컷과 컷 사이를 붙였을 때 쾌감이 느껴진다. 연기 할 때는 실제 카메라 안에서 시나리오와 가깝게 마주해서 즐겁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자신을 지켜봐 주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메기로 GV를 하는데 많이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더라.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GV를 많이 진행했다. 관객들과 만나는 게 영화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관객들과 만난 후에는 제 손을 떠난 거다. 그래서 칭찬도 잘 안 찾아본다. 기사나 댓글도 잘 찾아보지 않는다”면서도 ‘반도 300만 돌파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반도로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키며 힘찬 걸음을 내딛게 된 구교환. 언제든 좋은 제안이 들어온다면 독립영화, 상업 영화 가리지 않고 출연할 계획”이라며 ‘열일을 행보를 다짐한 그는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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