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에다가 조금 과격한 행동한다고 그럴 수 있나. 언제부터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금지됐나"
25일 오후 5시경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진행중이던 '4·15 부정선거 규탄 블랙시위'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경찰이 집회 중 문재인 대통령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에 제지를 하면서다.
집회 주최측은 이날 집회 중 집회 참가자들에게 문 대통령 얼굴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제안했다. 지난 16일 국회 개원 연설을 마치고 나온 문 대통령을 향해 50대 남성이 신발을 던진 것을 빗댄 퍼포먼스였다.
200여명가량이 모인 집회에서 6명이 나와 신발을 던지기로 했지만 이 행사는 온전히 마쳐지지 못했다. 30대 여성 등 참가자 3명이 신발을 던졌을 때 사회자가 "경찰이 이 퍼포먼스에 대해 사법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다. 경찰 요청에 대해 강력하게 나갈수 없다"며 퍼포먼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은 '신발 던지기'가 시작되자 채증에 나섰고 경력 수십명이 무대 주변을 둘러싸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퍼포먼스가 중단되자 곳곳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50대 여성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뭐했느냐"고 따졌고 70대 남성은 "대통령 욕해도 다 잡아놓겠다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곧이어 무대에 오른 30대 남성은 "언제부터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금지됐느냐. (현 여권들)자기들이 외치던 (표현의 자유)국가 아니냐"면서 "어떤 국가에서 대통령 얼굴에 뭐 한다고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통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 곳곳에 100명 이상 집회가 16개가 신고되는 등 대규모 집회가 이뤄진 가운데 보수 집회에서는 이같은 '신발 던지기'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 1시30분부터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진행된 1500여명 규모의 태극기집회에서도 신발던지기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신발을 던져도 분이 안 풀리는 사람이 문 대통령"이라면서 오른쪽 신발을 들라고 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신발을 올려들고 흔들었고, 몇명은 무대 앞으로 나와 문 대통령사진에 신발을 던졌다.
'4·15부정선거 규탄 블랙시위'는 지난해부터 홍콩에서 중국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검정 옷을 입은데서 따왔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죽음에 대해 조의를 표한다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지역 대학에 다닌다는 20대 중반 여성은 "전국적으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확신을 갖고 이에 항의하러 왔다"고 말했다. 마산에서 온 70세 남성은 "총선은 재투표 해야 한다"면서 "오늘은 학교를 대표해서 왔다. 집회를 할때마다 오겠다"고 밝혔다. 고교연합을 주축으로 이뤄진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장년층이었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임대차3법 반대 추진위원회' 등 온라인 카페가 공동 주최하는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가 열렸다. 청계천 옆 1차선 도로에는 1000여 명이 모여 앉아 200m가 넘는 긴 줄을 만들었다.
지난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집회에 500여 명이 참가한 것과 비교해 두 배가량 늘어난 인원이었다. 이들은 LED 촛불을 들고 "임대인도 국민이다", "임대 3법 철회하라", "6·17 부동산 대책 철회하라", "집주인이 봉이냐" 등 구호를 외쳤다. 중장년층부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모와 청년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여 해가 질 때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경남에서 올라온 6·17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대표는 "아이 몸이 아파 대학병원 근처에 이사가려고 아파트 분양권 구매했는데 갑자기 규제 지역이 돼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경제정책 실패로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추락하고 거래매매가 실종돼 처분하려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방에 안 팔리는 집을 가진 사람들을 적폐 투기꾼으로 몰고 세금을 강탈하는 정부의 속임수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를 둔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열심히 일하고 투자하고 저축해서 아이들에게 노후에 짐이 되지 않으려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게 불법인가"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빚내서 명품사고 외제차 끌고 월세나 살걸 그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사는 한 직장인 남성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3년간 정부의 실정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고통받고 부동산 정책으로 젊은 세대와 무주택자가 절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사는 게 죄악시되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하려 할수록 사람들은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 서울과 수도권 요지 집값은 더 오르고 지방은 폭망해 양극화만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선 문재인 대통령 글자가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화제가 된 정창옥 씨도 집회에 참가해 또다시 신발을 던졌다. 주최 측은 "의자는 '대통령이 이 자리에 와서 들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소품"이라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내려와", "문재인 탄핵" 등 현 정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우린 천박한 서울시민이 아니다. 아파트 사는 사람들도 천박한 사람들이 아니다"며 "경제에 자신이 없으니까 정부를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긴다는 얘기나 하는 무능하고 부정한 정부"라고 규탄했다.
한편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 착용·거리두기 등을 당부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떨어져 앉았지만 인원이 몰리면서 양옆 간격이 30cm가량으로 무너지는 등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집회와 함께 포털 사이트에 '나라가 니꺼니', '문재인 내려와' 등 실시간 검색어 순위 올리기 운동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또 정부 대책의 위헌성을 따지는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초기 선임료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윤식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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