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국내 첫 항공사간 인수합병(M&A)이자 저비용 항공사(LCC)간 결합으로 항공업계 재편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앞으로 양사의 M&A 파기 책임 공방이 법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대량실직 사태가 예고됐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이 중요한 위반사항을 고치지 않았고, 거래종결 기한이 지나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는 지난해 12월 18일 SPA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어 올해 3월 2일 SPA를 맺은 뒤 약 4개월 만에 M&A가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공시 이후 입장 자료를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인수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미지급금이 1700억원 넘게 쌓였고, 이 과정에서 임직원 체불임금을 두고 제주항공과 책임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이스타항공이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운영하지 않는 셧다운 결정을 내린 데 제주항공의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양사가 갈등을 빚었다.
양사의 M&A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의 주식 매입 자금 의혹 등이 불거지며 이 의원이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체불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결국 제주항공은 이달 초 이스타항공에 "오는 15일까지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이스타항공은 해당 시한까지 선결조건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러자 제주항공은 다음날인 지난 16일 "이스타홀딩스가 SPA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계약해제 예고장을 보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지난 2007년 전북 군산을 기점으로 이스타항공을 설립한지 13년 여 만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 명의 대규모 실직 사태도 우려된다.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돼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이스타항공이 회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에 대한 해석을 두고 입장이 나뉘는 만큼 추후 계약 파기 책임에 대한 소송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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