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날벌레·나방 사체까지…'수돗물 유충' 인천 공촌정수장 가보니
입력 2020-07-21 14:43  | 수정 2020-07-28 15:04

유충이 발견된 인천 지역 정수장의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濾過池)동 안에서 날벌레 사체가 다량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건물 출입문이나 방충망 등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운영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천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濾過池)동 현장 등을 확인한 김현한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 한강수도지원센터장은 오늘(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촌정수장 여과지동에도 사실상 출입문이나 방충망 등이 모두 설치돼 있어 폐쇄형으로 볼 수 있다"며 "밀폐를 제대로 해놓지 않아 깔따구가 들어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공촌정수장은 부평정수장과 달리 오존 처리 시설 구축 등 완전한 밀폐 없이 지난해 9월 조기 가동돼 날벌레인 깔따구가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아 유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공촌정수장에 벌레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이미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문을 열어놓는 등 관리가 부실하게 됐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둔 분석이 나온 것입니다.

김 센터장은 공촌정수장 점검 당시 활성탄 여과지에 있는 입자를 삽으로 파고 손으로 쓸어보기만 했는데도 살아 있는 깔따구 유충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모습이 쉽게 발견된 점으로 미뤄 정수장 내 유입된 벌레가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수장 여과지동 내에서 벌레나 나방 등 사체가 다량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을 토대로 평소 벌레가 정수장 여과지동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출입문이나 방충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공촌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공정을 표준공정으로 전환한 뒤인 14일 오전 김 센터장이 공촌정수장 여과지동 현장을 확인했을 때도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김 센터장은 "당시 조사를 위해서 문을 열어놨던 건지 평소에도 열려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관리자들이 유사 사례가 없다 보니 벌레가 들어와 알을 낳고 그 알이 수도꼭지까지 갈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정수장에는 밤에도 불을 환하게 켜놔 날벌레가 날아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활성탄 세척 주기도 15∼20일로 길어 제때 유충을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폐쇄형' 인천 부평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기물도 유충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설뿐만 아니라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여과지동과 각 활성탄 여과지에 이중으로 차단막이 설치된 부평정수장은 관리만 제대로 됐다면 유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대한상수도학회장)는 "분명한 것은 어딘가를 통해 벌레가 들어갔다는 것"이라며 "상수도 분야에 종사하는 기술직들을 지난 10년간 50% 줄이다 보니 어딘가 부실해지는 부분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상수도와 생물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은 정수장 시설 설계와 관리 등 수돗물 유충 발생 원인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단장을 맡은 현인환 단국대 명예교수는 "아직 원인을 규명 중이고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다"며 "정수장 (여과지동)에 열린 틈이 있었는지 등 유충 발생 원인을 정밀 분석을 통해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천 지역에서는 지난 9일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이 처음 발생한 이후 전날 오후 6시까지 717건의 관련 민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실제 유충 발견 건수는 187건입니다.

환경부는 활성탄 여과지가 설치된 전국 정수장 49곳에 대한 점검을 벌여 인천 공촌과 인천 부평 2곳 이외에 경기 화성·김해 삼계·양산 범어·울산 회야·의령 화정정수장 등 5곳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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