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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그린벨트 해제` 우왕좌왕하자 문대통령 "계속 보존" 매듭
입력 2020-07-20 17:03  | 수정 2020-07-27 17:37

최근 '서울시가 반대해도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방안까지 언급되며 급물살을 탔던 서울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관련 논의에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종지부를 찍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내에서 일관되지 못한 의견들이 난무하며 혼선이 커지자 결국 대통령이 직접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이다.
20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례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과 정 총리는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그간 검토해 왔던 대안 외에 주택 용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 ▲국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계속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당정이 불붙인 '그린벨트 해제' 논란, 일관성없는 말들에 시장 혼돈
최근의 그린벨트 해제 관련 논의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불이 붙었다. 지난 14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 가능하다"고 발언하면서 공론화된 셈이다.

이어 15일 민주당은 당정협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서울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그린벨트 해제 불가 입장을 갖고 있던 서울시는 15일 "흔들림없이 그린벨트를 지키겠다"며 공식 반대 입장을 냈다.
◆당정 입장 정리했다더니…지난 주말 국무총리가 다시 반대 입장 밝혀
그러나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못을 박자 정치권과 시장은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자 당정간 일관성없는 발언에 시장 혼돈이 더 커졌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등 연거푸 상반된 입장을 밝히자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었는데 이런 혼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서울과 수도권이 투기판이 되게 해선 안 된다"며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혔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정책 혼선에 비판에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초과개발이익 환수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린벨트 해제와 도심 용적률 상향은 투기를 타오르게 할 불쏘시개 역할만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이날 오전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등록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그린벨트 논쟁을 먼저 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않고 책임 있는 처사도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국민은 누구 말을 듣고 정책을 신뢰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을 지어줘야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대해 총리도 딴 얘기하고, 심지어 경기도지사, 법무부 장관까지 발언을 쏟아낸다"고 비판했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검토한다는 그린벨트 정책을 보면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꼬집으며 문 대통령을 향해 "군 소유 부지 활용과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린벨트 해제 반대 부딪힌 정부, 유휴부지 발굴 나설까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린벨트를 정부가 직권 해제할 수는 없다"고 밝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은 사실상 쓸 수 없는 카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안은 서울 내 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군 소유 부지 중 공공택지로 전환 가능하거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긁어모으는 것이다.
이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녹실회의에서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에 이 내용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가능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공급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그동안 수도권 30만세대 주택공급 방안과 5·6 공급계획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서울의 유휴부지를 발굴해 주택 공급을 추진해 온 터라 추가 공급 부지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역세권 등에서 정비사업 등에 용적률 등을 대폭 높여 주택을 많이 짓게 하고 일부를 공공임대로 돌려 청년과 1인가구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새로운 용도지역인 '고밀주거지역'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토부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문대통령이 그린벨트 보존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은 그린벨트 훼손 중단 요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측은 "겉보기에는 서울 부동산 문제로 촉발된 개발제한구역이 이로서 일단락 지어지는 듯한 양상"이라면서도 "대책으로 언급된 태릉 골프장 부지 역시 개발제한구역이며, 3기 신도시 개발제한구역 해제 역시 강행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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