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광화문 앞 조선시대 최고 관청 '의정부' 터, 사적 지정 예고
입력 2020-07-20 15:45  | 수정 2020-07-27 16:04

서울 광화문 앞에 있는 조선시대 관청 '의정부' 터(의정부지, 議政府址)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됩니다.

이곳은 옛 육조거리(광화문광장∼세종대로)에 있던 주요 관청 중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서울시는 종로구 세종로 76-14번지 일대 '의정부지'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늘(20일) 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된다고 밝혔습니다.

의정부는 1400년(정종 2년)부터 1907년까지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면서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입니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건물이 훼손됐다가 흥선대원군 집권 후 1865년 경복궁과 함께 재건됐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역사적 경관이 대부분 훼손됐습니다. 의정부 터에는 1990년대까지 여러 행정 관청이 자리했으며, 1997년부터 서울시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공원)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시는 2013년 부분 발굴조사를 통해 옛 의정부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와 유물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2015년부터 학술연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사료를 통해 추정한 의정부 주요 건물 3채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했습니다. 삼정승의 근무처였던 '정본당'을 중심으로 양옆에 '협선당'(종1품·정2품 근무처)과 '석획당'(재상들의 거처)이 나란히 배치된 모양새입니다. 후원에 연지(연못)와 정자가 있던 흔적도 발굴했습니다.

1865년 고종이 직접 쓴 정본당 현판(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은 가로 2m, 세로 1m에 달해 의정부 건물의 규모와 위용이 궁궐 전각에 뒤지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고 시는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발굴 과정에서 기와 조각과 도자기(청자·분청사기·청화백자) 조각 등 조선시대 유물 760점도 출토됐습니다.


아울러 1910년 일제가 이곳에 건립한 옛 '경기도청사' 건물터(1967년 철거)의 벽돌 기초도 찾아냈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은 1960년대까지 정부청사 별관 등으로 쓰였습니다.

시는 이런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2월 문화재청에 의정부지 국가 사적 지정을 신청했고, 문화재청은 이달 8일 문화재위원회(사적분과)에서 이 안을 의결했습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의정부지 사적 지정은 서울시에서 추진해 온 고도 서울 역사문화 경관 회복의 주요 성과이자 첫 단계"라며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도심 속 역사문화유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문화재청은 경남 거창군에 있는 '거창 거열산성(居列山城)'도 사적으로 함께 지정 예고했습니다.

거창 거열산성은 삼국 시대 신라와 백제의 영토 확장을 위한 각축장이었습니다. 문헌 기록상 실체가 확인된 산성으로는 거창지역에서 발견된 삼국 시대 산성 중 최대 규모입니다.

산성은 신라 시대에 축성된 1차성과 통일신라 시대에 증축된 2차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차성의 둘레 길이는 원래 약 418m, 2차성의 둘레는 약 897m이며, 현재 전체 산성 길이는 약 1천115m입니다.


문화재청은 1차성은 6세기 중엽 신라가 백제 방면으로 진출하면서 축조한 산성으로, 663년에 백제부흥운동군 700명이 전사한 거열성(居列城)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2차성은 신라가 나당전쟁에 대비해 673년 축조한 만흥사산성(萬興寺山城)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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