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슬라 거품? 다른 단타도 문제"…실적발표 앞두고 `감성투자` 경고음
입력 2020-07-20 13:29  | 수정 2020-07-22 15:07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미국에서 재유행하고 있지만 뉴욕 증시의 '단타 개미' 격인 로빈후더(미국 주식거래 중개앱 로빈후드를 사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주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에 가득찬 분위기다. 특히 오는 22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의 매수 열풍을 이끌었던 '자율주행·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올해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3배, 지난 3월 최저점을 찍은 후 4배 이상 주가가 급등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뉴욕 증시에서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킬 정도로 테슬라 등 기술기업 주가만 빠르게 오르면서 이른바 버블(거품)논란이 일었다. 월가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임과 동시에 '언텍트 시대' 속 기술주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모양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가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일부 기업 주가가 너무 빨리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주식을 팔지 못하는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상황을 소개했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교외에 사는 에릭 퍼킨스(44)씨를 예로 들면, 퍼킨스씨는 최근 테슬라 '익절'(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것) 시점을 고민해왔다. 투자금 100만 달러(약 12억원) 중 절반이 테슬라 주식인 퍼킨스 씨는 WSJ인터뷰에서 "원래는 4개월 전 주가의 4배가 되면 테슬라 주식을 팔 생각이었는데 이후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올라서 지금으로선 2분기 실적이 나올 때까지 보유할 생각"이라면서 "적어도 그 때까지는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 같아 지금 주식을 팔면 실수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인 3월 18일은 뉴욕 증시에서 '코로나19 패닉'이 극에 달했던 때다. 당시 테슬라 주가는 1주당 361.22달러로 바닥 쳤다. 올해 뉴욕 증시 첫 거래일인 1월 2일(430.26달러)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다만 2분기 흑자 기대감과 네 분기 연속 흑자에 따른 S&P500지수 편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 이달 들어서만 38.99% 뛰면서 뉴욕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다.
그간 테슬라는 주가 급등세가 가팔랐던 탓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고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다만 뉴욕 증시 3대 대표 주가 지수 가운데 '기술주' 중심으로 꾸려진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돌파하도록 이끈 것은 테슬라와 더불어 '우직한'(stalwart) 온라인상거래플랫폼 아마존과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백신 개발로 눈길을 끈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꼽힌다.

WSJ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테슬라 주가 급등세가 거품 낀 결과라고 보면서도 기술주 상승세에 대한 평가는 달라져야한다고 전했다. 우선 기술주 상승세의 경우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물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지수(최고점 7월 10일 10617.44)가 사상 최고 기록을 내고 있는 현상은 앞서 2000년 '닷컴 버블'과 다르게 거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평이 나온다. 기술주에 치우친 주가 상승세를 두고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홀리 프램스테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담당 수석은 WSJ인터뷰에서 "우리는 승자와 패자로 뚜렷히 갈린 시장 한가운데 놓여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를 제외한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로 대표되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이며 현재 이들 기업 주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감수성에 이끌린 거품 탓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표인 '풋/콜 옵션' 비율은 2000년과 반대로 최근 오히려 낮아졌다. 레피니티브 데이터를 보면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열흘 단위 풋/콜옵션 평균 비율은 0.44로 올해를 통들어 가장 낮다. 수치가 최고치를 찍은 '패닉 장세' 주간 3월 18일(0.98)의 절반을 밑돈다.
닷컴 버블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00년에는 3월 풋/콜 옵션 비율이 0.5를 넘었고 오름세 속에 같은 해 9월 0.9선까지 올랐던 것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옵션은 주식같은 기초 금융 자산을 사고 파는 권리다. 파생금융상품이다. 풋/콜 옵션 비율이 낮을 수록 시장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풋옵션은 일정한 주식 등을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이고 반대로 콜옵션은 살 수 있는 권리인데 풋옵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록 팔겠다는 매도 의향이 줄어드는 셈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이 주가 예상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은 지난 6월 47.23%다. 4월(51.85%)과 5월(49.61%)에 비해 주가 상승 기대감이 줄어든 셈이지만 여전히 지난 2013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테슬라 주가 급등은 거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MAGA같은 기업에 비해 아직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렵고 심리에 이끌리는 개인 투자자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다. 로빈후드 주식 거래 데이터를 집계하는 로빈트랙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로빈후더들은 45만명을 넘어서 50만명에 이른다. '패닉 장세'이던 지난 3월 15만명 수준인 것에 비하면 3배 가량 늘어난 숫자다. 이같은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모더나 정도다. 로빈후더 중 3월 모더나 주식 보유자는 5만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5만명 정도로 같은 기간 보유자가 5배 늘었다.
한편에서는 '테슬라 매매법'을 다른 주식에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경고도 따른다. 테슬라 매매법이란,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는 월가의 명언처럼 투자자들의 감정과 지표가 상반되는 매매를 말한다.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빈후더들은 테슬라 주가가 내려가면 오히려 주식을 사들였고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해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이 목표 주가를 올려잡았다. 테슬라 주가가 거품이라고 보고 '숏셀링'(short selling·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오히려 테슬라 주가 급등세에 기여하는 셈이 됐다. 테슬라 주가가 계속 오른 탓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숏 커버링'(short covering)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법이다. 앞으로 주가가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주식을 빌린 후 일단 팔아버렸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자신이 빌렸던 만큼 주식을 사들여 되갚아 차익을 내는 식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공매도 투자자가 현재 1주당 100달러인 A 주식의 주가가 거품이 낀 가격이기 때문에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10주 빌린 후 당장 팔아버리면 1000달러를 얻게 된다. 이후 A 주식 가격이 예상대로 1주당 50달러로 떨어지면 이 때 주식 10주를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으면 된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 투자자는 500달러를 최종 차익으로 남길 수 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리 오히려 주가가 계속 오르면 자신이 '공매도'를 선택한 데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중간에 주식 매수에 나서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 10주를 갚아야 하는데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사람들이 좀처럼 팔려하지 않으면 거래량이 줄어 주식 품귀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자신의 예상과 달리 앞으로도 주가가 더 오를 상황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나서서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주식을 사둬야 나중에 덜 손실을 보고 갚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겠다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가세하면 주식 시장에서 주식 공급대비 수요만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는 더 빠르게 오른다. 이런 상황을 '숏 스퀴즈'(short squeeze)라고 부른다.
테슬라가 숏스퀴즈 상황까지 생길 정도로 주가가 오르자 미국 청년 개미들은 관련 기업 단타에 들어갔다. 미네소타 주 노스필드에 사는 윌리엄 베이어(28)씨는 19일 WSJ인터뷰에서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부양책 차원에서 지원금을 준 4월부터 주식을 시작했다"면서 "연료전지 회사인 플러그 파워와 중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니오 등에 총 2000달러를 투자했는데 거래량이 많을 때 사고 파는 단기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빈후더로 대표되는 미국 청년 개미들은 주식 거래량이 많을 때 단타를 통해 실현 수익을 내기 때문에 '가치 투자자'로서 장기 투자를 선호해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 신중한 투자자들과는 성향이 정 반대다.
다만 테슬라는 예외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단기 투자자들이 테슬라 매매법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 증시는 로빈후더들과 전문 투자자·경험이 오랜 개인 투자자들로 뚜렷하게 나뉘면서 변동성이 더 커진 상태다. 헤지펀드 매니저 시절 공매도 투자자로 활동하다 은퇴한 데이비드 로커씨는 WSJ인터뷰에서 "단타 투자자들은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눈물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앞서 지난 달 16일 베테랑 투자 전문가이자 오메가 어드바이저의 레온 쿠퍼만 최고경영자(CEO)가 CNBC인터뷰에서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파산기업과 항공 등 위험한 분야에 멍청하게 '투기'하고 있다"면서 "결국 눈물로 끝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지적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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