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그린벨트 해제안` 일보 후퇴? 당정청, 공공기관 유휴지 거론
입력 2020-07-20 09:42  | 수정 2020-07-27 10:07

최근 부동산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급부상했던 서울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관련 논의가 다시 신중론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해도 국토부장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안까지 거론됐지만, 오히려 집값을 들쑤셔 놓을 것이라는 반대론에 해제안 대신 다른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한 방송에 출연해 "그린벨트는 한번 해제하면 복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라며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당정의 입장이 정리된 건 아니라고 언급했고 이날 저녁 당정협의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달 말 조율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이견 해소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관련 논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당정협의회는 당에서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참석 대상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공급 대책을 딴소리가 나오지 않게 이달 말 한목소리로 신속히 발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임대차 3법도 (7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그'자도 협의회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며 "정세균 국무총리가 오늘(19일) 오전 방송에 출연해 사실상 부정적인 뜻을 밝혔는데,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의견 조율이 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벨트 해제안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주 은마아파트 등 오래된 단지를 대상으로 재개발 규제를 풀어주자고 역제안하기도 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도심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용적률 규제를 풀어주는 게 낫다는 발언도 했지만 이 역시 집값 안정에는 그다지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최근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부동산 대책 관련 언급에 나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입장을 공고히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공공기관의 유휴지 등 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다는 언급을 하며, 용적률에 관한 이야기도 짤막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벨트 해제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의 시민단체들은 "그린벨트가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며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집값 안정보다는 수도권의 과대 집중을 심화시키고 도시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고 21일 반대 기자회견도 준비 중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반대하는 시민들도 많다. 리얼미터가 17일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0.4%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녹지 축소와 투기 조장의 위험이 커 불필요하다'고 답했고, '주택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26.5%에 그쳤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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