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정청 '그린벨트 해제' 오락가락…혼돈 속에 대상지 가격 급등만
입력 2020-07-20 07:00  | 수정 2020-07-20 10:08
【 앵커멘트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후 정부와 서울시의 이견이 불거졌고, 정부 내에서도 미묘하게 기류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관련 내용을 정치부 선한빛 기자와 함께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 질문1 】
선 기자! 요 며칠 좀 오락가락하는 분위기인데,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두겠다는 건가요?

【 기자 】
최근 며칠간 부동산 문제, 특히 그린벨트를 해제를 놓고 논란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일단 정세균 국무총리가 그린벨트 해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정 총리는 어제(19일) 오전 한 방송사에 출연해서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면서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총리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은, 그린벨트 해제를 할지 말지, 그 논의가 아직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완전히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린벨트 해제 추진에는 제동을 걸었습니다.


【 질문2 】
그런데 며칠 전만 해도 청와대에서 그린벨트를 풀 것처럼 말하지 않았었나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이건 3일 전입니다. 지난 17일이었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이미 당정을 통해 의견을 정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된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김 실장의 이 발언이 '이제 그린벨트가 해제되는구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작동했습니다.

그린벨트를 푸는 데는 여러 찬성 또는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의견들이 정리됐다는 것이죠.

의견 정리는 이미 됐어도 그에 따르는 논란들이 있을 텐데요, 정부가 그걸 잘 풀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해석됐습니다.

【 질문3 】
그런데 왜 정세균 총리가 제동을 걸었죠?

【 기자 】
그린벨트 해제 반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 게 아마도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여러 주요 시민단체들이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지공간 축소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도심으로의 과대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주변 집값만 자극할 뿐 집값을 잡는 효과도 없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또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로 거론되는 서울 내곡동과 세곡동 일대의 주변 집값과 땅값이 곧바로 들썩인 부분도 그린벨트 해제 재검토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4 】
여권 내 주요 정치인들도 한마디씩 했는데, 이런 부분도영향을 미친 건가요?

【 기자 】
아마 그런 부분도 전혀 무시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일단 이재명 지사의 발언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아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로서 날개를 달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서, 이 지사의 공개 발언에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대놓고 반대했습니다.

이 지사는 "서울 핵심 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등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추미애 법무장관도 한마디 했습니다.

추 장관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한정된 자원인 땅에 돈이 몰리게 하면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놓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추 장관은 이어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법무장관이 갑자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하자 정치권에서는 다른 부처 사안에 나서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질문5 】
결국, 관심은 그린벨트가 해제 될 거냐 말 거냐는 것인데,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 기자 】
아직 결론이 난 건 없는데요.

현재 분위기로는 아마도 그린벨트를 푸는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어제 오후 늦게 비공개 당정청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부동산 공급 대책과 관련한 내용이 논의됐고 한 목소리로 의견을 모으고 빨리 발표를 하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린벨트가 풀리든 풀리지 않든 빠르면 이달 안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단 아무리 검토과정 중이라지만 일관되지 못한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