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 시절 홍보의 중요도가 시정의 50%를 차지했다면 지금은 80% 정도로 더 올라간 것 같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7월 민선 7기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이후 한 측근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우스개 소리로 던진 말이지만 그 만큼 이 지사가 홍보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사는 스스로 줄도 빽도 변변치 않은 '변방장수'라며 셀프 디스(?)를 하곤 했다.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지사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한 직후에도 그랬다.
대법원 선고 후 취재진 앞에 선 이 지사는 "제가 전에 변방장수라고 했던 것처럼 저는 가진 정치적 자산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했다.
이 지사가 이러한 사고를 소유하고 있다면 기댈 곳은 결국 국민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직을 수행하며 만든 정책을 언론 등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평가 받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방법을 최선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이를 정치권이 의식하고 경계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유력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이 지사는 지금 이 단계에 와 있다.
정치세계에 입문해 실세와 동거 동락하면서 내부의 입지를 다진 뒤 주요 자리를 꿰차며 정치력을 키워온 기존 프레임과는 사뭇 다른 궤적이다.
경기도청사. [사진 제공 = 경기도]
실제 이 지사의 홍보 올인 전략은 주효했다.성남시장 시절 이른바 3대 무상복지(청년배상·무상교복·무상산후조리) 이슈를 터트려 전국적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정부 등과 각을 세우며 이른바 '이재명 빠'를 만들어 냈고 지지기반은 확대됐다.
경기도지사가 되어서도 성남시장때 한 무상 복지 사업을 확대하고 계곡 불법 시설 철거 등 각종 차별화 정책으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그의 개인 SNS도 큰 힘을 발휘중이다. 그가 거르지 않고 쓰는 페이스북 글은 연일 언론 기사로 만들어져 실시간으로 뿌려지고 있다.
다른 운도 따랐다. 실탄이 넉넉한 성남시와 경기도에 둥지를 틀고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직원 월급조차 주기 힘들 정도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장은 상급 기관이나 정부의 보조금 등 지원이 시급해 차별화된 정책을 시행하거나 각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온갖 추문과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모두 벗어 차기 대권 가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명 홍보 조직 김문수 대비 1.5배...예산은 2.3배 많아
인기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그 만큼의 인력과 돈이 수반한다.
매일경제신문은 홍보를 중시하는 이 지사가 민선 7기 도정(2018년 7월~2022년 6월)을 이끌며 홍보 관련 조직을 어떻게 꾸려왔는지를 살펴 보았다.
비교를 위해 민선 5~6기 경기도의 홍보 조직을 함께 살폈다. 민선 5기(2010년 7월~2014년 6월)는 김문수 지사가, 민선 6기(2014년 7월~2018년 6월)는 남경필 지사가 지휘봉을 잡았다.
비교 값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취임 2년차 때의 홍보 조직을 기준으로 삼았다. 민선 5~7기 경기도의 2년차 시점은 2012년(김문수 지사), 2016년(남경필 지사), 2020년(이재명 지사)이다.
우선 3명의 도지사중 김문수 전 지사의 홍보 조직이 가장 작았다. 대변인실에 총 59명의 직원이 3개 담당관, 11개 팀에 배치돼 근무했다.
그러다 남경필 지사 취임 후 홍보조직에 변화가 생기면서 근무 직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2015년 4월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전부 개정조례'를 공포, 소통기획관(3급)을 신설했다.
김문수 지사 시절 대변인실에서 담당하던 일부 업무에 살을 붙여 도민 소통, 홍보 주무 부서로 만든 것이다. 이때 대변인실에 있던 소통담당관(4급)과 홍보기획관(4급) 등 2개과가 소통기획관실로 이관되고, 대변인실에는 언론담당관(4급)과 보도기획담당관(4급) 등 2개과만 남았다. 이후 남경필 지사는 추가 인사를 단행해 2016년, 경기도 대변인실 근무직원은 37명(2개 담당관 6팀), 소통기획관실 근무직원은 38명(2담당관 8팀)이 됐다. 김문수 지사 때 보다 16명이 더 많다.
2018년 7월 민선 7기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이재명 지사는 소통기획관실의 명칭을 홍보기획관실로 변경했다. 이후 홍보 관련 조직은 급격히 팽창한다.
올해 경기도 홍보 관련 직원은 91명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 때보다 32명, 남 지사 때보다 16명 더 많다. 이 지사의 홍보조직은 김 지사 대비 1.5배다.
홍보 관련 예산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지사때인 2012년 홍보 관련 한해 예산은 111억 2100만원이었다. 소통기획관실을 신설한 남경필 지사의 2016년 홍보 예산은 155억4200만원(대변인실 62억3300만원, 소통기획관실 93억1000만원)으로 김 지사 대비 1.39배가 늘었다. 이 지사때(2020년)는 265억8700만원(대변인실 111억5500만원, 홍보기획관실 154억32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김 지사 예산 대비 2.3배, 남 지사 예산 대비 1.71배 수준이다.
경기도 총예산 대비 홍보예산 비중도 이 지사 때가 가장 높다. 2012년 김 지사의 홍보예산 비중은 총 예산(15조2359억3700만원)의 0.073%, 남 지사의 2016년 홍보예산 비중은 총 예산(18조9615억900만원)의 0.081%, 이 지사의 올해 홍보예산비중은 총 예산(27조383억800만원)의 0.098%로 나타났다.
경기도 관계자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 출현으로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했다"면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관련 예산을 반영하다 보니 인력과 예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우리도는 전국 최대 인구를 가진 지방정부지만 인구 1인당 홍보비는 1871원으로 17개 광역단체 평균(3835원) 절반에도 못미치는 49% 수준"이라면서 "경기도는 한정된 예산으로 가성비와 효율성을 높여 정책홍보에 소외되는 도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