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발표된 금융세제 개편안의 조정 가능성이 떠오르며 가장 큰 관심을 끌고있는 항목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범위다. 앞서 정부는 연 2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급격히 증가한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주식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표본이므로 기울어진 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세금은 전혀 손대지 않고 시장조성자 예외조항으로 차별대우를 받는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확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세제 개편안에서 2000만원의 기본공제를 두고 있어 양도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5%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큰 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 해외증시로 갈 경우 한국증시가 활력을 잃게 될 것이란 지적도 많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주요국 자본이득세율(미국 15~20%, 일본 20%)과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주식투자에 대한 유인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을 띄고있는 만큼 당초 정부가 짐작한 것보다 과세대상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더욱이 주식시장 과세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자산시장 운용방침의 큰 틀에서도 벗어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중에 과다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쏠리지 않도록 다른 형태의 투자를 장려해야 하는데, 주식시장을 옥죄는 방식의 세제개편이 이뤄지면 다시 자본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금융세제개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도세 기본공제 한도를 당초안보다 크게 높여서 투자자들이 계속 국내증시에 머물게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소득 과세의 공제제도 역시 집합투자기구(펀드)에서 거둔 소득을 포함시키는 것 등의 전면적인 수정이 가능하다. 기존방안에 따르면 간접투자는 같은 자산에 투자해도 직접투자에 비해 세혜택에 작아 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2000만원의 기본공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상당히 큰 고려사항이기 때문에 지금의 세제개편안이 보완되기를 바란다"며 "펀드투자도 직접투자와 동일한 혜택을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늘리는 방안을 발표하며 그만큼 증권거래세를 낮춰 세수중립적인 개편이 되게 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만큼, 거래세 인하폭 역시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업계와 국회 등에서 증권거래세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평가다. 특히 업계에선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걷는 것이 이중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재부 안을 보면 거래세를 2022년에 0.02%를 낮추고 2023년에 0.08%로 낮춘다는데 이렇게 첫해에 찔끔 낮추는 방안을 보면 누구라도 시장 활성화보다는 세수 확보가 거래세의 목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가들도 다 가지고 있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없다면 매도 후 다시 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실현하고 양도세 기본공제를 받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기 때문에 단기투자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증권시장 활성화 일환으로 주식 장기보유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현재 부동산에 쏠려있는 여유자금이 증권시장으로 흐를 수 있는 유인 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월별 원천징수 과세 방식도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월별로 양도소득세를 산정해서 내년 5월 정산해서 돌려준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세제 개편을 아예 보류할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개편의 당위성을 천명한 만큼 전면철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그동안 소득과 관계없이 부과하는 거래세보다는 손익통산이 가능한 양도소득세로 증권 관련 세제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양도소득세 하에서 장기보유공제를 제공하거나 국내주식 기본공제를 부여하는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금융세제 개편안의 일부 핵심정책의 시행시점을 조정하는 것은 고려될만 하다. 오는 2022년으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나 이에 따른 증권거래세 조정 등의 시행시점 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본부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래세 없애고 양도세 체계로 가는 방향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생각한다"며 "거래세는 개인의 담세력과 관계없는 것이고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되는 양도세가 부과되는 것이 조세 정의에 맞기 때문에 양도세를 신설하면서 향후 거래세 폐지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문재용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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