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대리하는 변호인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71살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변호인은 오늘(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최한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 전 이사장의 항소심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를 단순히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고 전 이사장이 그렇게 단정한 이유를 상세히 밝혔는데, 그것을 보면 단순히 의견 표명을 한 것이 아니라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설령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의견의 표명'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어떤 사정을 봐도 피해자가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제, 사법권 독립 등을 부정하는 발언이나 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18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2년 만인 2017년 9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1·2심 모두 배상 책임을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애초 이달 9일 선고 공판을 열 계획이었으나 고 전 이사장 측의 요청으로 이날 변론을 재개했습니다.
고 전 이사장 측은 "이 사건의 고소인은 현직 대통령으로, 대리인을 통해 '민사사건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지 말고 신속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런 요청은 재판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공정한 판결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당연히 든다"며 선고를 미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해자 대리인의 발언으로 인해 재판부가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냐"며 "안 그래도 사법부 안팎에서 여러 가지 일로 신뢰성에 의심을 갖는 마당인데, 그런 변론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단언컨대 우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지위에 영향 받지 않는다. 사실과 법리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8월 13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