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매물 제로` 아파트단지 확산 "씨가 마른다"…지난 주 서울전세가 급등
입력 2020-07-16 16:40  | 수정 2020-07-16 16:51

"지난 주에 전세 하나 남은거 세입자가 와보지도 않고 계약했어요. 전화번호 주시면 매물 나올때 연락드릴게요."
16일 주부 김모씨(34)는 공인중개업소 실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씨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준다고 해서 친정이 있는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불과 석 달 전만해도 전세 매물이 여럿 있어서 여유있게 이사할 집을 찾았는데 그 매물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씨가 알아본 수원 인계동 래미안노블클래스는 1·2단지를 합해 총 1351가구 대단지인데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었다. 공인중개업소 실장은 "정부가 연이은 대책 발표 뒤 정말 전세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전월세상한제등 임대차 3법을 유예기간없이 곧바로 적용할 것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전세시장에는 말그대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는 '매물 제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기 위해 실거주하는 집주인은 늘면서 가뜩이나 전세수급이 불안한데, 임대료 인상 제한을 소급적용한다는 얘기 등이 흘러나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 실수요자는 "2000가구, 3000가구 규모 대단지에서도 매물이 없어서 전셋집 찾으러 다니는 상황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앞으로 모두 월세 내고 살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도 '전세 제로'는 진행중이다. 서울 강동 암사동 암사플라이어팰리스도 전세 씨가 말랐다. 총 22개동 규모 1622가구 규모 아파트인데 전세 매물이 없다가 16일 돼서야 호가를 2억원 가량 높인 매물이 2건 나왔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과 수요 법칙이 있는데 공급이 없으니 부르는게 값"이라면서 "준공 13년차 이 아파트가 이 난리인데 신축은 오죽하겠냐"고 했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앱 '아실'에 따르면 전세 물량을 한달 전과 비교해보니 서울은 은평구가 26%, 광진구 25%, 중랑구 23%등 전체 25개구 중 18개구가 일제히 급감했다. 경기도 과천·광명·하남·의왕·남양주·용인·성남·수원·군포 등이 전세 매물이 일제히 감소했다.

학군이 좋은편이고 실수요자들이 많은 동네일수록 전세가 부족해지고 있다. 수원 영통의 2140가구 규모 수원 힐스테이트는 전가구 통틀어 현재(16일 기준) 나와있는 전세가 달랑 1건이다. 16일 전용 84㎡가 5억7000만원에 나왔는데 지난달까지도 같은 평형이 5억원에 거래됐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임대차3법) 뉴스보시라"며 "전세 매물이 없었는데 그나마 오늘 하나 나왔다"고 했다. 수원 망포역 중심으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데도 이 일대에서 전세 찾기는 '전쟁'이다. 489가구 규모 망포마을현대는 아예 전세가 없고, 531가구 규모 망포역 마을쌍용은 전세가 1건, 816가구 동수원자이2차는 전세 매물이1건이다. 망포역으로 이사를 준비했던 직장인 김모씨는 "이 동네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전세가 이렇게 없어 이사는 갈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전세 물량이 줄면서 호가는 뛰다보니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서울 전셋값은 7·10 대책 이후 더욱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7월 13일 기준)은 0.13%를 기록하며 55주 연속 상승 기류를 이어갔다.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 5월말까진 0.02~0.03%로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6·17 규제 발표 이후로 급등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올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값 상승률은 누적 1.41% 수준으로 매매가 상승률(0.18%)에 비해 8배 이상 높다. 서울 뿐 아니라 수도권 전세값도 급등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서민들의 주거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하남시(0.93%)는 5호선 개통 등 교통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성남 수정구(0.61%), 용인 기흥구(0.57%) 등도 신축·중저가 단지 위주로 전세가가 강세다.
부동산 규제가 나올때마다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고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 수요(청약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매물은 말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3법이 시행 전에 미리 보증금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분위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3법 예고와 임대사업자 규제 등으로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보증부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현상황에서 전셋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한편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9% 오르면서 지난주(0.11%)에 비해 상승폭이 미미하게 꺾였다. 연이은 규제 발표로 인해 집주인과 매수자 모두 향후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는 '눈치보기' 장세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7·10 대책이 발표된 이후 지난 주말부터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들 발길과 문의전화가 뜸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선희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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