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과 함께 66㎡(약 20평)대 아파트로 이사한 김인영씨(33). 결혼 전 1인 가구였던 아내와 김씨의 살림을 합치다 보니 생각보다 짐이 많아 베란다 창고 공간만으로는 수납이 힘들어졌다. 그러다 집 근처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유료창고를 발견해 여기에 겨울까지 스노보드를 포함한 각종 취미용품을 넣어두기로 했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위치도 도심이라 언제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장점에 끌렸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고 원룸 등으로 주거공간이 소형화되면서 도심 한가운데 원하는 기간동안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도심형 공유창고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박물관 등 특수창고 전문기업인 시공테크를 필두로 홈플러스,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대기업들도 유휴공간을 활용해 창고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공테크는 지난 4월 서울 논현동에 공유창고 브랜드 '편안창고 스페이스타임' 1호점을 연데 이어 이달중 잠실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면적 330㎡(100평), 보관함 105개를 갖춘 논현점은 지하철 7호선 논현역에서 걸어서 4분 거리라는 지리적 장점 덕에 오픈 3개월만에 벌써 이용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시공테크의 `편안창고 스페이스타임` 논현점. [사진 제공 = 시공테크]
이곳에서는 폭 60cm~2m, 높이 2.1~2.3m의 보관함을 총 6가지 크기의 타입으로 나눠 대여한다. 고객은 자신이 맡길 짐의 크기와 부피에 맞는 타입을 선택한 후 보증금을 지불하면 월 단위로 창고 공간을 빌릴 수 있다. 일단 대여계약을 맺으면 고객은 24시간 언제라도 창고에 들려 물건을 추가로 넣거나 찾는것이 가능하다.공유창고에 보관되는 짐은 다양하다. 수납공간이 부족한 1~2인 가구의 경우 겨울 옷·이불이나 계절가전, 책, 가구 등 부피가 큰 생활용품을 넣는 경우가 많다. 캠핑용품, 레고와 피규어 등 각종 취미용품도 단골 메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주요 고객이다. 이들은 각종 사무용품이나 비품, 상품 샘플이나 재고를 보관하는 용도로 공유창고를 활용한다. 가격은 업체별로 평균 6만~10만원대로 가장 낮은 가격대는 하루 2000원 선이다.
특히 시공테크의 도심형 창고는 그간 이 회사가 국립중앙박물관 등 주요 전시공간을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적용해 항온, 항습 뿐 아니라 항균, 불연 기능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B2B(기업 대 기업), B2G(기업 대 정부) 시장에 주력하던 이 회사가 B2C(기업 대 소비자)인 도심 공유창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 시장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해서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공간의 재발견, 도심형 창고 셀프 스토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 소비 증가 등으로 도심 내 물리적 공간수요가 늘면서 물품 보관시설을 임대해주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업이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물류창고와 달리 도심 내 있어 접근성 좋고, 비교적 단기간의 임대계약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덕에 이미 미국에서 관련 산업 매출액은 연 380억 달러(약 46조원), 관련 시설은 최대 5만2000개에 달할 만큼 커졌다. 특히 미국 전체 가구 중 9.4%가 공유창고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주택면적이 작은 일본에서도 현재 연간 8200억원 규모의 공유창고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의 경우 관련 시장은 연 50억원 규모로 아직 작지만,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공유 창고 전문 글로벌 기업인 싱가포르의 '엑스트라 스페이스 아시아'는 현재 압구정, 영등포, 용산 등 6곳을, 토종 스타트업 '다락'은 한남과 청담 등 16곳의 창고를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일산점, 부산 서면점, 수원 원천점에서 대형마트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유창고 서비스 '더 스토리지 위드 홈플러스'를 시작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트 매장이 도심 안에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대도시 위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와 GS칼텍스도 직영 주유소의 남는 공간에 일반 소비자가 아무때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 대여업에 뛰어든 만큼 향후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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