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수도권과 지자체에서 집단 발병이 확산되는 상황을 '2차 유행'으로 규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 상황이 폭발적인 대유행은 아니지만, 이미 2차 지역사회 감염은 유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재유행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발생한 환자가 전체 누적 환자의 60%를 차지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2차 유행과 더불어 '장기전'대비를 당부한다. 전문가들은 "가을과 겨울에 유행의 크기가 커질 수 있다"면서 "특별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발생규모와 속도를 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자 전략인 상황에서, 고위험군인 중증 만성질환자들의 감염 최소화하는 대비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원내 감염 예방 및 재택 치료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한 시범사업을 활발히 진행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가정관리 역량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의사 왕진과 같은 형태가 그 주요 골자다. 최근 발표된 재택 치료 시범사업에서는 자가 관리가 충분히 가능한 복막투석이나 1형 당뇨병 환자에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이나 자가 관리 상담이 제공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 왕진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범사업도 운영 중이다. 최근 발표된 시범사업으로는 한 달에 2회 이상 분만취약지 임신부에게 의료인이 전화를 통해 문진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이다. 말기신부전환자는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서 혈액투석을 하거나, 가정에서 매일 복막투석을 한다. 혈액투석의 경우 주 3회, 매번 4~5시간 가량을 병원에 체류하면서 혈액을 투석하므로 병원 내에서의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가 쉽다. 실제로 한국신장장애인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사망한 신장장애인이 15명에 이를 정도로 감염에 대한 부담이 크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신장학회, 대한투석협회가 인공신장실 대응 지침을 발표했으나 환자들은 여전히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한다.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잦은 병원방문과 체류는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때마침 정부에서는 지난 해 12월부터 가정에서 투석을 진행하는 복막투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투석환자들이 집에서 혼자 투석을 하는 것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부담을 덜고, 환자 상태 모니터링이나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지원해 재택관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 중이다. 실제로 복막투석은 환자 생존율이나, 환자 삶의 질, 잔여신장기능 보존 등의 측면 외에도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투석 방식을 결정할 때 복막투석 치료를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기신부전 환자가 시범실시하고 있는 재택 복막투석관련 기록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진이 복막투석 환자의 재택관리를 면밀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 상담 및 환자 관리에 대한 수가를 산정해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재택관리중인 복막투석환자들은 질환의 특징, 치료방법 및 계획, 일상생활 및 식이 관리 등에 대해 전담 의료진으로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전국의 54개 병원이 참여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일부 환자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집에서 밤사이 투석을 하면 결과가 의료진에 자동으로 전송되는 원격 자동복막투석 관리 플랫폼 셰어소스(Sharesource)를 활용해 의료진의 면밀한 관리를 받고 있다.기존에는 복막환자가 매일 투석 결과를 수기로 수첩에 기록해서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록에 대한 번거로움도 문제이지만, 환자가 적은 기록 외에 투석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실제로 의사가 처방한 저류 시간과 실제 투석 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었는지를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까지는 의료진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원격 자동복막투석 플랫폼을 이용하여 치료를 진행함으로써 의료진이 치료 상태를 매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조기에 환자에게 병원 방문을 요청해 진료 후 처방을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이 사업에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주요 종합병원이 참여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진료 및 전화처방이 허용되어 환자의 투석 결과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전화진료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처방을 변경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영남대병원 신장내과 도준영 교수는 "복막투석은 혈액투석에 비해 병원 방문 빈도나 병원에서의 체류 시간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말기신부전 환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준영 교수는"복막투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월 1회 병원을 방문한다. 매주 3~4회 병원을 방문하는 혈액투석과 비교해 병원 방문으로 인한 감염 위험 노출을 줄일 수 있다"며 "셰어소스를 사용할 경우 의료진이 환자가 집에서 진행한 복막 투석 결과를 원격으로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환자 관리와 상담에 도움이 되며, 환자도 안심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투석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환자 사용경험과 관련해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병원 방문 자체가 부담이 되는 고위험 및 원거리 환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이 밖에도 아직 어려서 자가 관리가 어렵고 지속적인 처방용량 변경이 있는 성장기 어린이나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환자군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고위험군은 폐렴 등 중증 악화를 대비해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특정 질환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시 중증 위험이 높아 고위험군에서 보다 면밀한 예방수칙 실천과 함께 노인을 포함한 중증 질환의 위험이 높은 사람은 독감 및 폐렴구균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 권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코로나19는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행된 뒤 패혈증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과 같은 폐렴 합병증으로 면역저하 상태가 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필수적으로 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가에서는 65세 이상고령자 중 23가 다당 백신(PPSV 23)을 한 번도 접종하지 않은 대상자는 1회 접종이 지원된다. 기존에는 보건소에서만 무료 접종이 가능했으나 코로나19 유행 대비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됐다.
감염병대응 체계는 인력과 자원을 확충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지자체 연계 및 지원을 강화해 통합적 대응 체계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감염병 역학조사관 및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확충하고 호남, 중부, 영남 3개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계, 전국 17개 시도에 감염병관리지원단을 확대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해 연내에 전국에 호흡기 전담 클리닉 500개소를 설치 예정이다. 호흡기나 발열 증상이 있는 상기도 감염,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 환자를 진료하는 곳을 분리해 안전한 진료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 골자다. 교차감염 최소화를 위해 사전 예약이나 전화 상담으로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사전에 분리해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도록 하면서 지역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내년부터 새로이 지정되는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극 참여하도록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세부 기준도 변경된다. 전담전문의 1명 이상 배치 기준이 있지만, 전담전문의가 코로나19 진료에 투입된 경우 전공의를 배치해도 기준 충족으로 인정을 하는 식이다. 기존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중앙감염병 전문 병원으로 이전 및 신설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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