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제주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20대 여성이 격리시설에 입소한 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여성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격리시설에 혼자 수용되면서 증세가 심해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부동의 자살률 1위로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에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가 덮치면서 심리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야 하는 여성들이 코로나 블루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스물두 살의 어린 최숙현 철인3종경기 선수는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6번이나 경찰 등에 한국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돕지 않았다. 고(故)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직원도 서울시 내부가 조직 요청을 외면했지만 용기를 낸 경찰 고소로 이번엔 가해자가 죽음을 택했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자살 사망자 수는 41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76명과 비교하면 1.6% 감소했다. 하지만 성별 자살자 수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남성 자살자 수는 5.4%(164명) 줄었지만 여성 자살자 수는 오히려 8.1%(94명) 크게 늘었다.
여성 자살자 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1~2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큰 변화가 없었지만 3~4월 크게 늘었다. 2019년 3월 여성 자살자는 295명이었지만 올 3월에는 345명으로 50명 증가했다. 4월에도 지난해에는 여성 자살자가 285명이었지만 올해는 332명으로 47명 늘었다. 유독 3~4월 여성 자살자가 전년 동기 대비 급증한 배경에는 코로나 블루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화영 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순천향대 교수)은 "우울증 자체가 남성보다 여성이 2배 가까이 많아 여성이 코로나 블루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교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교회 등 종교생활과 소모임 등 공동체 생활을 잘 못하게 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급증했다"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심해진 여성들의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지와 가족, 자가격리자의 심리상담 요청 건수도 최근까지 30만건을 넘었다. 심리상담은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초·중·고교 개학도 전부 미뤄졌던 지난 3월과 4월 각각 7만건과 8만건을 넘으며 절정을 이뤘다.
민간의 한 전문가는 "자살 문제가 국가적 재난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자살 예방에 보다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할 때"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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