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말 듣고 예·적금 깨서 치매걸린 아내 명의로 사모펀드 가입했는데…
입력 2020-07-14 15:55  | 수정 2020-07-21 16:07

90대 노인 A씨는 은행 직원 권유에 따라 그동안 예·적금에 넣어뒀던 자산을 '디스커버리 펀드'로 옮겼다. 상품이 어떤 건지 잘 알지 못 했지만 "연 3% 이자를 준다"는 은행 직원 말을 철썩 같이 믿은 것이다. 해당 펀드가 최고 위험 수준인 위험등급 '1등급'이라는 설명은 전혀 듣지 못 했다. A씨는 은행 직원 권유에 치매에 걸린 아내 명의로도 펀드에 가입했다.
이와 관련,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핀테크 글로벌 채권 펀드'와 'US 부동산 선순위 채권 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씩 판매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총 900억원 가량이 환매중단된 상태다.
최근 라임,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가운데 A씨처럼 판매사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보호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14일 미래통합당이 주최한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모펀드 피해,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서 김일광 금융소비자원 자문위원은 "정부가 사모펀드 시장 육성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 데 비해 불완전 판매 등 부당행위에 대한 투자자가 보호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에 제기된 증권회사 관련 민원은 2018년 2249건, 2019년 2749건에 이어 올해는 1분기에만 1175건이 접수됐다. 특히 60·70대 연령층 민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감원의 증권회사 제재는 지지부진해 상반기 기준으로 작년 20건이었던 게 올해는 4건에 불과했다. 김 자문위원은 "사모펀드 운용사는 2016년 91곳에서 작년 213건으로 2배 이상 늘었지만 감독당국 감사는 같은 기간 10건에서 11건으로 제자리에 머물렀다"며 "당국 모니터링이 허술한 틈을 타 판매사의 다양한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5조6000억원에 이르는 환매 중단 사모펀드 규모도 문제지만, 여기에 정권실세 연루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 금융 당국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펀드에 가입했다가 환매 중단 사태를 맞은 투자자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피해자 구제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라임자산운용, 팝펀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에 가입했다가 돈이 묶인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한 피해자는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수탁사가 모두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며 "책임 떠넘기기 사이에서 사기에 휘말린 꼴이 된 투자자들은 속이 탈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고재만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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