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업·방역만 집중하면 된다더니…서울시교육청, 학교현장에 "물놀이 안전사고 홍보실적 보고하라"
입력 2020-07-13 11:46  | 수정 2020-07-20 12:07

코로나19 교내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격·대면수업과 방역 업무를 모두 담당하면서 교사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교육당국의 때아닌 공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물놀이 안전사고 홍보실적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학교 현장에 내려 보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선 교사들이 수업과 방역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공문 작성 업무 등을 경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구두선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말 '2020년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추진계획안'을 각급 학교에 배포하며 관련 활동 실적을 보고하라고 안내했다.
각 학교가 작성해야 하는 엑셀 형식의 보고자료 양식에는 통상적인 교육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항들이 담겨 있었다. △캠페인 활동 횟수·인원 △방송 안내 횟수 △라디오 안내 횟수 △신문 안내 횟수 △옥외 대형전광판 안내 횟수 △옥내 전광판 안내 횟수 △온라인 안내 횟수 △안내방송 횟수 △전단지 안내 횟수 등이 필수 기입사항으로 포함됐다. 이와 함께 △교내 안전교육 인원 수 △수영장 등을 활용한 교외 체험교육 인원 수 △가정통신문 인원 수 등을 작성하도록 했다.

서울시내 학교들에 안내된 이번 추진계획엔 '한 명의 아이라도 모두가 함께 지키는 물놀이 사망사고 ZERO화'라는 소제목이 붙었다. 추진과제로는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교육 내실화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활동 강화 등이 포함됐다. 세부 과제로는 △코로나19 예방 수칙 준수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 추진 등이 담겼다.
일선 학교에선 서울시교육청의 자기모순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수업·방역 외 업무는 최소화하겠다던 기존 지침과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의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임에도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넘어 홍보실적까지 보고하라고 하는 것은 과다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물놀이 안전사고로 인해 학생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며 "그러나 목적을 알 수 없는 서울시교육청의 실적 보고 요청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요구에 따른 조사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름에는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니까 교육부에서 안전사고 예방교육과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옥외 대형전광판 안내 횟수 등을 기입하도록 한 보고 양식에 대해선 "교육부에 '과한 것 같다'고 얘기는 했지만 '보고 자료니까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교육 관련 업무담당자 비상연락망만 취합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홍보실적 등을 요청하는 문서(공문)은 물놀이 기간이 끝난 9월에 시행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 요청보다 앞서나갔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 계획에 따르면 각 학교는 오는 9월 4일까지 캠페인 활동 실적을 교육지원청에 보고해야 한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오는 12월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우수활동 사례를 수집하고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4월 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등교 개학 이후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학생 코로나 방역 관련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행을 보류해도 되는 사업이나 축소하면 좋은 사업에 대해 지혜를 보태달라"며 "지금 국면엔 더욱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엔 "각종 법령에서 규정하는 의무교육으로 인해 학교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법정 의무교육 시간이 151시간에 달한다. 이를 코로나 국면에서 획기적으로 줄이는 특별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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