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매도의 운명은…두 남자에 달렸다
입력 2020-07-12 18:27  | 수정 2020-07-12 19:17
안동현 교수(좌), 이관휘 교수
정부의 일시적 공매도 전면금지의 해제 여부와 제도 개선 방향을 두고 2명의 서울대 교수팀이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각 교수가 그간 공매도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을 피력해 이번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12일 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 학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최근 비공개로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팀에 공매도 효과와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5월 한국거래소는 '공매도의 시장 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 방안' 연구용역을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팀에 맡긴 바 있다.
금융당국이 서울대의 저명한 교수에게 공매도 연구를 맡기면서 향후 두 학자가 내놓는 공매도 효과와 제도 개선책을 기초로 정부 정책이 입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는 3월 6개월간 일시적 공매도 전면금지 정책을 발표했으며, 정책 일몰이 9월 16일로 다가옴에 따라 관련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열어 재개 여부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잠정적으로 잡힌 공청회 일정이 다음달인 점을 감안하면 두 교수팀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공청회에서 공개될 가능성은 작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5월 공매도 연구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지만 두 차례나 유찰을 겪는 등 예상보다 기간이 지연됐다.
증권학계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의견은 첨예한 탓에 '독배'와 같아서 쉽게 찬반을 얘기하기 어렵다"며 "금융위와 한국거래소 등이 공청회를 열더라도 관련 연구용역은 9월 공매도 재개 여부 결정 뒤에나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두 교수가 공매도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펴온 이력이 있어 찬성·반대 토론 격인 '프로콘(PRO-CON)' 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먼저 이관휘 교수는 공매도와 주가 변동은 관련성이 적고, 가격 버블 제거 수단 등으로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칼럼에서도 특유의 '횡단보도론'으로 공매도 거래에 찬성하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이번 공매도 전면금지 결정 이후 공매도로 괴로움을 겪어왔다고 주장하는 특정 종목이 30%대 상승했고, 공매도 금지 효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70%나 올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교통사고가 잦다고 해서 횡단보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일갈한다. 이 교수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일부에서 공매도 찬성자에게 연구용역을 주면 찬성으로 결과가 나오고, 또 결과가 나오게 조작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학자로서 모욕적"이라며 "향후 해외 저널에도 발표하고 관련 연구 내역을 전부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학계 선배 격인 안동현 교수팀은 공매도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안 교수는 찬성 반대라는 흑백논리적인 시각보다는 현재 제도적 한계에 주목한다. 외국인과 기관은 자유롭게 공매도를 하는 데 반해 개인투자자들은 기회도 제대로 얻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 제도적 보완장치 없이 외국인의 전유물이 돼버린 현재의 공매도 구조에는 반대하는 셈이다.

안 교수는 "연구를 막 시작한 단계라 방향성이 잡힌 것은 없다"며 "다만 우리팀 연구는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 관련 연구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와 정치권에서는 공매도의 금지·재개 여부와 별도로 공매도 규정 위반에 따른 벌칙 조항을 강화하는 법안도 마련하고 있다. 그간 건당 수천만 원의 과태료에 불과한 벌칙을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신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진영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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