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창하는 빅테크 ③ ◆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tech)' 기업이 금융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네이버 검색 엔진과 카카오톡 메신저에 가입된 수천만 명의 고객 기반을 무기로 금융·쇼핑·콘텐츠를 아우르는 결합 상품을 본격 출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빅테크의 지향점은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 혹은 생활금융 플랫폼이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처럼 막대한 데이터와 고객 기반을 가진 빅테크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으로 확장하는 현상의 본질은 '연결과 흐름'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콘텐츠·서비스를 살 때 구매자에서 판매자로 현금이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와 소상공인의 다양한 데이터가 수집·축적된다. 데이터는 다시 다른 서비스로 흐른다. 금융업의 본질도 현금과 데이터 흐름이다. 기존 금융사가 찾아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지점 중심이었다면, 플랫폼 기업은 연결을 통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에게도 먼저 찾아간다.
이는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키웠다. 그 뒤 전자상거래 이용자 결제 내역, 알리페이를 통한 각종 요금 납부 현황 등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신용등급을 매기는 '즈마신용'을 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 부족자)'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등 금융 사업을 본격화했다. 아마존도 아마존 렌딩을 통해 입점 업체에 대출을 해준다.
금융 서비스를 똑같이 확대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은 다르다. 네이버 전략은 한마디로 '금융업은 하지만, 금융사는 안 한다'로 요약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유력 후보로 꼽혔던 네이버는 엄격한 대주주 관련 규제 등으로 인해 은행업 진출 계획을 접었다. 대신 규제가 느슨한 전자금융업에 등록해 금융업을 시작했다. 결제부터 송금, 후불결제, 대출, 보험까지 네이버는 모든 금융 업무를 취급하지만, 금융 관련 라이선스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진 전자금융업 자격이 유일하다.
대신 네이버는 포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른 금융사와 협업하는 전략을 택했다. 네이버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30%를 보유한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의 강력한 파트너다. 최근 선보인 미래에셋대우 자산관리계좌(CMA)인 네이버통장이 양사가 출시한 첫 상품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미래에셋캐피탈 지정대리인(핀테크 기업이 금융사 핵심 업무를 위탁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으로 지정돼 네이버페이 고객에게 대출도 해준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의 판매 실적과 반품률 등을 고려해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들 업체 신용등급을 평가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후불결제(신용)와 관련해 최대 4년간 금융 규제를 유예해주는 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이 네이버페이 결제 시 충전금이 모자라면 네이버페이에서 일종의 '신용'을 내주는 형태다. 또 네이버는 지난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엔에프(NF)보험서비스' 상호 법인 등록을 마치고 보험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NF보험서비스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금융 진출 전략은 '정면 돌파'다. 카카오는 전자금융업자인 카카오페이를 통해 2017년 금융업에 본격 진출했다. 카카오페이의 1대주주는 카카오, 2대주주는 43.9% 지분을 가진 알리페이다. 간편결제와 송금에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멤버십, 청구서 등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투자 분야도 갖췄다.
카카오는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출범하며 은행업에도 진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3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순익도 185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카드사,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 상품을 대신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업자 면모도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GA인 인바이유를 인수하며 보험업에도 발을 담갔다. 올해 중으로는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 예비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은행 전자금융업자 보험 증권 등 주요 금융사의 라이선스를 모두 갖추게 된다.
금융 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카드 보험 등 흩어져 있는 금융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이데이터 기업은 이를 활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자산을 관리해준다.
네이버는 광범위한 플랫폼에 금융을 얹어 높은 부가가치를 낼 방침이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책임리더는 "내 금융 정보가 상품·데이터·콘텐츠 등과 만나 사용자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상점 이용자 후기를 모으는 '네이버 마이플레이스' 서비스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카드 결제 내역 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 결제 내역을 인증해 고객이 후기를 남기면 해당 정보는 공신력을 갖게 돼 맛집 목록의 신뢰성을 높인다. 상점 점주들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 확보도 가능해진다.
카카오페이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해 최근 '통합 조회' 기능을 '자산 관리'로 확대했다. 계좌·대출·투자 등 고객 자산을 분석해주고 빅데이터로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오대석 기자 /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tech)' 기업이 금융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네이버 검색 엔진과 카카오톡 메신저에 가입된 수천만 명의 고객 기반을 무기로 금융·쇼핑·콘텐츠를 아우르는 결합 상품을 본격 출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빅테크의 지향점은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 혹은 생활금융 플랫폼이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처럼 막대한 데이터와 고객 기반을 가진 빅테크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으로 확장하는 현상의 본질은 '연결과 흐름'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콘텐츠·서비스를 살 때 구매자에서 판매자로 현금이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와 소상공인의 다양한 데이터가 수집·축적된다. 데이터는 다시 다른 서비스로 흐른다. 금융업의 본질도 현금과 데이터 흐름이다. 기존 금융사가 찾아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지점 중심이었다면, 플랫폼 기업은 연결을 통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에게도 먼저 찾아간다.
이는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키웠다. 그 뒤 전자상거래 이용자 결제 내역, 알리페이를 통한 각종 요금 납부 현황 등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신용등급을 매기는 '즈마신용'을 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 부족자)'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등 금융 사업을 본격화했다. 아마존도 아마존 렌딩을 통해 입점 업체에 대출을 해준다.
금융 서비스를 똑같이 확대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은 다르다. 네이버 전략은 한마디로 '금융업은 하지만, 금융사는 안 한다'로 요약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유력 후보로 꼽혔던 네이버는 엄격한 대주주 관련 규제 등으로 인해 은행업 진출 계획을 접었다. 대신 규제가 느슨한 전자금융업에 등록해 금융업을 시작했다. 결제부터 송금, 후불결제, 대출, 보험까지 네이버는 모든 금융 업무를 취급하지만, 금융 관련 라이선스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진 전자금융업 자격이 유일하다.
대신 네이버는 포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른 금융사와 협업하는 전략을 택했다. 네이버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30%를 보유한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의 강력한 파트너다. 최근 선보인 미래에셋대우 자산관리계좌(CMA)인 네이버통장이 양사가 출시한 첫 상품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미래에셋캐피탈 지정대리인(핀테크 기업이 금융사 핵심 업무를 위탁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으로 지정돼 네이버페이 고객에게 대출도 해준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의 판매 실적과 반품률 등을 고려해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들 업체 신용등급을 평가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후불결제(신용)와 관련해 최대 4년간 금융 규제를 유예해주는 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이 네이버페이 결제 시 충전금이 모자라면 네이버페이에서 일종의 '신용'을 내주는 형태다. 또 네이버는 지난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엔에프(NF)보험서비스' 상호 법인 등록을 마치고 보험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NF보험서비스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금융 진출 전략은 '정면 돌파'다. 카카오는 전자금융업자인 카카오페이를 통해 2017년 금융업에 본격 진출했다. 카카오페이의 1대주주는 카카오, 2대주주는 43.9% 지분을 가진 알리페이다. 간편결제와 송금에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멤버십, 청구서 등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투자 분야도 갖췄다.
카카오는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출범하며 은행업에도 진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3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순익도 185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카드사,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 상품을 대신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업자 면모도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GA인 인바이유를 인수하며 보험업에도 발을 담갔다. 올해 중으로는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 예비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은행 전자금융업자 보험 증권 등 주요 금융사의 라이선스를 모두 갖추게 된다.
금융 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카드 보험 등 흩어져 있는 금융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이데이터 기업은 이를 활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자산을 관리해준다.
네이버는 광범위한 플랫폼에 금융을 얹어 높은 부가가치를 낼 방침이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책임리더는 "내 금융 정보가 상품·데이터·콘텐츠 등과 만나 사용자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상점 이용자 후기를 모으는 '네이버 마이플레이스' 서비스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카드 결제 내역 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 결제 내역을 인증해 고객이 후기를 남기면 해당 정보는 공신력을 갖게 돼 맛집 목록의 신뢰성을 높인다. 상점 점주들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 확보도 가능해진다.
카카오페이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해 최근 '통합 조회' 기능을 '자산 관리'로 확대했다. 계좌·대출·투자 등 고객 자산을 분석해주고 빅데이터로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오대석 기자 /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