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창하는 빅테크 ③ ◆
"어느 나라 금융위원회인지 모르겠다. 빅테크 규제 완화 이후 문제가 생기면 결국 은행보고 책임지라고 할 것 같아서 잠이 안 온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최근 금융시장을 파고드는 '빅테크(Bigtech)'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이렇게 내비쳤다. 과거 카드 사태나 저축은행 사태, 최근 사모펀드 사태 등 상당수는 규제 완화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대규모 금융사고를 낳았고 결국 소방수로 투입된 것은 시중은행들이다. 이런 과거 사례를 뻔히 알고도 빅테크 규제를 '거대한 흐름'으로 포장하는 금융위원회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의 인허가와 각종 규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금융업은 오랫동안 은행과 카드사 등 전통적인 금융사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3000만명이 넘는 고객에 기반한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앞에 금융사는 생존 위협을 느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빅테크는 우리와 같은 업무를 하는데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호소한다.
빅테크 진출로 금융권에서는 '제판 분리(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현상)'가 가속화할 것을 우려한다. 금융사는 대출과 카드 등 금융상품을 만드는 일종의 외주 업체가 되고,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빅테크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들은 자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빅테크에 높은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게 된다. 정인철 신협중앙회 디지털금융본부장은 "배달의민족 사례에서 보듯이 배민의 등장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했으나 이전에 없던 배달료가 생겨 전체 음식 가격이 오르고 음식점 수입은 줄었다"며 "플랫폼 안에서 진행되는 과점화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 질에 상관없이 높은 광고비나 수수료를 낸 금융사 상품을 플랫폼이 좋은 자리에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빅테크가 '선택'한 금융사만 상품 판매가 가능해진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네이버통장과 대출 사업 등에 진출했다. 이로 인해 네이버 고객은 미래에셋대우만 이용해야 한다. 이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들어갈 후불결제(여신)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카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라이선스를 받아 각종 규제를 지키며 하는 여신을 전자금융업자들에 손쉽게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자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후불 결제 등 업무 범위에 맞는 규제를 받게 된다"며 "전금업자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카드업계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달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금융사들은 알짜배기 정보를 빅테크에 내줘야 하는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검색이나 쇼핑 등 정보를 받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시중은행 IT 담당 부행장은 "혁신성장이란 명분으로 규제 없이 서비스를 키워온 IT 업체와 이미 많은 규제·검사로 통제를 받아온 금융사가 한 운동장에서 겨루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혁신금융이란 명목으로 초기에 같은 '핀테크'로 묶였던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빅테크의 성장은 두렵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고군분투해서 서비스를 내놓으면 카카오와 네이버는 쉽게 서비스를 본떠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빅테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고객 편의를 위해 혁신에 더뎠던 금융사들이 시장을 빼앗길까봐 지나치게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빅테크 간 규제 역차별을 호소하는 은행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앱 '리브'에서 휴대전화 가입부터 쇼핑, 음식 배달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느 나라 금융위원회인지 모르겠다. 빅테크 규제 완화 이후 문제가 생기면 결국 은행보고 책임지라고 할 것 같아서 잠이 안 온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최근 금융시장을 파고드는 '빅테크(Bigtech)'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이렇게 내비쳤다. 과거 카드 사태나 저축은행 사태, 최근 사모펀드 사태 등 상당수는 규제 완화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대규모 금융사고를 낳았고 결국 소방수로 투입된 것은 시중은행들이다. 이런 과거 사례를 뻔히 알고도 빅테크 규제를 '거대한 흐름'으로 포장하는 금융위원회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의 인허가와 각종 규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금융업은 오랫동안 은행과 카드사 등 전통적인 금융사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3000만명이 넘는 고객에 기반한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앞에 금융사는 생존 위협을 느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빅테크는 우리와 같은 업무를 하는데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호소한다.
빅테크 진출로 금융권에서는 '제판 분리(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현상)'가 가속화할 것을 우려한다. 금융사는 대출과 카드 등 금융상품을 만드는 일종의 외주 업체가 되고,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빅테크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들은 자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빅테크에 높은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게 된다. 정인철 신협중앙회 디지털금융본부장은 "배달의민족 사례에서 보듯이 배민의 등장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했으나 이전에 없던 배달료가 생겨 전체 음식 가격이 오르고 음식점 수입은 줄었다"며 "플랫폼 안에서 진행되는 과점화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 질에 상관없이 높은 광고비나 수수료를 낸 금융사 상품을 플랫폼이 좋은 자리에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빅테크가 '선택'한 금융사만 상품 판매가 가능해진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네이버통장과 대출 사업 등에 진출했다. 이로 인해 네이버 고객은 미래에셋대우만 이용해야 한다. 이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들어갈 후불결제(여신)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카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라이선스를 받아 각종 규제를 지키며 하는 여신을 전자금융업자들에 손쉽게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자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후불 결제 등 업무 범위에 맞는 규제를 받게 된다"며 "전금업자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카드업계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달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금융사들은 알짜배기 정보를 빅테크에 내줘야 하는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검색이나 쇼핑 등 정보를 받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시중은행 IT 담당 부행장은 "혁신성장이란 명분으로 규제 없이 서비스를 키워온 IT 업체와 이미 많은 규제·검사로 통제를 받아온 금융사가 한 운동장에서 겨루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혁신금융이란 명목으로 초기에 같은 '핀테크'로 묶였던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빅테크의 성장은 두렵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고군분투해서 서비스를 내놓으면 카카오와 네이버는 쉽게 서비스를 본떠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빅테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고객 편의를 위해 혁신에 더뎠던 금융사들이 시장을 빼앗길까봐 지나치게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빅테크 간 규제 역차별을 호소하는 은행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앱 '리브'에서 휴대전화 가입부터 쇼핑, 음식 배달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