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감산 이행` 압박하던 사우디…OPEC+, 8월부터 190만 배럴 생산 늘릴 듯
입력 2020-07-12 16:40 

OPEC+감산을 강조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지즈 빈살만 에너지부 장관(위쪽)과 감산에 반대해온 멕시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아래쪽)은 원유 증산을 통한 경제 부흥을 꿈꾸고 있다. 글로벌 원유 선물은 최근 배럴 당 4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출처=사우디 에너지부·대통령트위터·...
원유 감산 합의국들에 대해 '감산 이행' 압박에 나섰던 OPEC+(석유수출기구와 10개 비회원 산유국 합의체)이 오는 8월부터 감산 수준을 낮출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실질적으로는 원유 생산이 이전보다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OPEC+간 감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현실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이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이달 OPEC+ 감산 합의량은 하루 960만 배럴인데 8월부터 770만 배럴로 바꾸자는 방안이다. 다른 국가들이 합의하면 8월부터 하루 생산이 190만 배럴 늘어나는 셈이다 .

WSJ는 이런 움직임이 나온 것은 세계 각 국이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관련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유 수요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낙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앞서 10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 원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인도 등 몇몇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2분기(4~6월) 석유 수요 감소세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석유 수요 타격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고 평가했다. 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하루 단위 수요를 지난달 전망치보다 40만 배럴 많은 9210만 배럴로 제시했다.
OPEC+의 200만 배럴 감산 움직임이 단순히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앞서 5일 WSJ는 OPEC 대표단을 인용해 최근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사우드 에너지장관이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이라크에 "기존 감산 합의를 따르지 않으면 또다시 가격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당신들의 고객이 누구인지 안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감산 합의 분의 70%만 이행했고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는 각각 77%, 83%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2일 OPEC+는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하루 생산량을 970만 배럴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요 급감과 사우디·러시아 간 증산 경쟁으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가 나오는 등 유가 폭락 사태가 이어진 탓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OPEC+는 6월 6일 화상회의에서 7월 감산량을 하루 평균 960만 배럴로 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5~6월 감산에 대해서도 "하루10만 배럴 감산이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멕시코가 결국 7월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다. 6월 회의에서는 멕시코가 빠지기로 한 데다 이라크가 자국에 할당된 5~6월 감산을 이행하지 않아 7∼9월에 보충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합의국 간 감산 이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부각된 바 있다.
사우디 측은 이라크 등 일부 회원국에 OPEC+ 감산 이행 계획을 추가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OPEC+ 장관급 공동감시위원회(JMMC) 회의 결과 5월 OPEC+ 전체 차원의 감산 이행률은 87%로 조사됐는데 이는 블룸버그가 예상 합의 이행률(77%)보다는 높다. 다만 사우디 등이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감산 합의분보다 생산을 더 줄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합의국들은 이행률이 더 낮았던 셈이다. 사우디는 지난 6월 생산 할당량보다 오히려 100만 배럴 더 적은 753만 배럴을 생산하면서 유가 떠받치기 의지를 강조해왔다.
일각에서는 OPEC+가 8월 이후 생산을 기존보다 늘리더라도 미국에서 '2차 봉쇄 가능성'이 커질 정도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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