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기고] 최저임금 인상보다 일자리 보전이 먼저다
입력 2020-07-12 14:42 
허찬국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매경DB>

2021년 최저임금이 현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소득(임금)주도성장 이론의 무모한 실험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지난 3년 간 이 실험이 경제에 부정적 충격으로 작용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친정부 측은 내년 최저임금을 16.4% 오른 1만원을 요구했다가 현재는 9.8% 오른 9430원을 제시한 상태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노동을 사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용자는 근로자 노동에 대한 수요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영세자영업자와 소기업은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 증가로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부정적 효과는 인상 폭이 클수록 더 클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30% 넘게 인상됐다. 그간 누적된 자영업자와 소기업들에 미친 부정적 효과를 인정한 정부는 이미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을 임기 내 달성이 어렵겠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하기까지 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부적절하다. 첫째,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전반적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고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전례 없는 규모로 3차에 걸쳐 추경을 편성하는 것만 봐도 현재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9년 67%를 상회하던 15~64세 인구 고용률이 올해 3월 이후 3개월 연속 66% 수준을 밑돌고 있다. 임시직 취업자 감소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약 30만명씩 늘던 취업자가 3월 이후 매달 30만명 이상 줄고 있다. 정부 비상지출의 상당 부분이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고용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쓰이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지출이 약간 늘어났으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고 큰 폭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즉 심각한 수요 감소로 사용자들은 생산을 줄이고 비용을 낮춰야 하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몰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큰 폭 인상된다면 그 부정적 충격은 이전보다 더 확대되며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둘째, 지난 3년 간 가파르게 인상된 최저임금은 연봉 총액이 높은 근로자 급여도 올려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역효과가 있었다. 기본급 비중이 작고 각종 수당 비중이 높은 구조인 탓에 총액 연봉이 높아도 기본급만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연봉 4000만원이 넘는 고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2018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수당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이런 조치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역효과 경로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
현재 경제상황은 벌써 추경을 3번이나 편성해야 할 만큼 엄중하다. 정부는 막대한 재원을 일자리 유지와 자영업자 파산을 줄이는 데 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배탈이 난 사람에게 설사약과 차가운 수박을 동시에 주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콜레라에 준하는 배탈을 경험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일자리를 살리고 싶으면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코로나19 충격이 진정된 이후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어려운 경제 현실을 애써 외면하며 부정적 효과가 뚜렷이 입증된 임금주도성장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허찬국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