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0 부동산대책 / 부동산 전문가 평가 ◆
정부가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집값이나 전세금 안정에 모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단기 처방" "다주택자는 응징하고 30대 무주택자를 달래기 위한 생색내기용 대책" 등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겨우 3주 만에 급하게 또 땜질식 대책을 내놓다 보니 새롭거나 실효성 있는 내용이 거의 담기지 못한 '졸속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집 구매는 돕고 다주택자는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겠다'로 귀결된다. 청년·생애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공급 물량도 늘리기로 했다. 반면 다주택자에 대해선 임대사업자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과세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집값 문제의 핵심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빠졌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정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 추진 계획이 없어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시내 유휴지는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가 아니고 3기 신도시도 먼 이야기여서 실수요자들에게 와닿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매수에 나설 것이고, 서울 집값은 계속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취득세·양도세율 인상 등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역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면서 집값 상승세를 오히려 더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지난 규제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면 시장에선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증여를 택했다"며 "지금 집값이 상승하는 가장 큰 요인 두 가지가 단기적 매물 잠김 현상과 장기 공급 부족인데 양도세 강화는 그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취득세가 많이 오르면 한번 팔면 다시 서울 요지에서 사기 어렵다는 생각에 매물 자체가 실종될 것"이라며 "양도세는 지금도 중과되기 때문에 내년에 10% 정도 더 중과된다고 해서 급하게 물건을 파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달리 단기적으로 약보합세로 전환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취득세를 상향하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예고하면서 상승 여력이 단기적으로 꺾일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집값은 약보합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매가와 함께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 전세금에 대해서도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번 정책의 역효과로 '전세 대란'이 지속되리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근 전세시장 불안에 대해 언급조차 되지 않은 점으로 정부가 시장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가 늘수록 전세 매물은 급격히 줄어들고 이는 세입자들의 매수를 부추겨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 역시 "그동안 법인·갭 투자자들이 전세 물량을 많이 공급하는 순기능도 있었는데 법인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면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수요자 혜택 강화 대책에 대해서도 그간 규제 위주에서 정책 방향성을 전환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피부로 와닿을 만한 혜택이 없어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가 처음으로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 구입 지원으로 정책 방향성을 전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서울 등 투기지역에서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10%포인트)가 적용되는 등 최근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 조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생애 최초 물량이나 신혼 특별공급은 소득 기준을 조금 높여도 어차피 혜택을 받는 계층은 정해져 있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95% 이상 실수요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정책"이라며 "소득·연령 기준을 아예 없애고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펼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집값과 전세금 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적폐 세력'으로 모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각료는 물론 여당 의원 상당수가 그토록 이 정부가 적대감을 표했던 서울 강남 다주택자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은 30대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의 '패닉바잉' 요인이 큰데도 정부는 여전히 다주택자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며 '마녀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이번 7·10 대책은 집값 안정화보다는 여론을 의식해 다주택자들을 '응징'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시적 양도세 중과 면제 등으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 교수는 "부동산펀드나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그쪽으로 수천조 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을 보내는 것도 과열을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집값이나 전세금 안정에 모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단기 처방" "다주택자는 응징하고 30대 무주택자를 달래기 위한 생색내기용 대책" 등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겨우 3주 만에 급하게 또 땜질식 대책을 내놓다 보니 새롭거나 실효성 있는 내용이 거의 담기지 못한 '졸속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집 구매는 돕고 다주택자는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겠다'로 귀결된다. 청년·생애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공급 물량도 늘리기로 했다. 반면 다주택자에 대해선 임대사업자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과세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집값 문제의 핵심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빠졌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정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 추진 계획이 없어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시내 유휴지는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가 아니고 3기 신도시도 먼 이야기여서 실수요자들에게 와닿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매수에 나설 것이고, 서울 집값은 계속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취득세·양도세율 인상 등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역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면서 집값 상승세를 오히려 더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지난 규제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면 시장에선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증여를 택했다"며 "지금 집값이 상승하는 가장 큰 요인 두 가지가 단기적 매물 잠김 현상과 장기 공급 부족인데 양도세 강화는 그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취득세가 많이 오르면 한번 팔면 다시 서울 요지에서 사기 어렵다는 생각에 매물 자체가 실종될 것"이라며 "양도세는 지금도 중과되기 때문에 내년에 10% 정도 더 중과된다고 해서 급하게 물건을 파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달리 단기적으로 약보합세로 전환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취득세를 상향하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예고하면서 상승 여력이 단기적으로 꺾일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집값은 약보합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매가와 함께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 전세금에 대해서도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번 정책의 역효과로 '전세 대란'이 지속되리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근 전세시장 불안에 대해 언급조차 되지 않은 점으로 정부가 시장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가 늘수록 전세 매물은 급격히 줄어들고 이는 세입자들의 매수를 부추겨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 역시 "그동안 법인·갭 투자자들이 전세 물량을 많이 공급하는 순기능도 있었는데 법인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면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수요자 혜택 강화 대책에 대해서도 그간 규제 위주에서 정책 방향성을 전환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피부로 와닿을 만한 혜택이 없어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가 처음으로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 구입 지원으로 정책 방향성을 전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서울 등 투기지역에서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10%포인트)가 적용되는 등 최근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 조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생애 최초 물량이나 신혼 특별공급은 소득 기준을 조금 높여도 어차피 혜택을 받는 계층은 정해져 있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95% 이상 실수요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정책"이라며 "소득·연령 기준을 아예 없애고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펼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집값과 전세금 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적폐 세력'으로 모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각료는 물론 여당 의원 상당수가 그토록 이 정부가 적대감을 표했던 서울 강남 다주택자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은 30대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의 '패닉바잉' 요인이 큰데도 정부는 여전히 다주택자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며 '마녀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이번 7·10 대책은 집값 안정화보다는 여론을 의식해 다주택자들을 '응징'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시적 양도세 중과 면제 등으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 교수는 "부동산펀드나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그쪽으로 수천조 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을 보내는 것도 과열을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