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반도는 ‘부산행과는 다른 색깔을 지녔다. ‘부산행의 세계관을 잇지만, ‘부산행은 아니다.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부산행은 KTX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와 필사의 사투를 벌이며 속도감과 긴장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국내에서 천만 영화에 등극, 전 세계에 ‘K-좀비의 탄생을 알린 메가 히트작이다.
‘반도는 ‘부산행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폐허로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생존과 탈출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위험을 무릅쓰고 반도로 돌아온 자와 그곳에서 들개처럼 살아남은 자, 그리고 들개 사냥꾼을 자처하며 좀비보다 위협적인 존재가 된 미쳐버린 자들까지, 폐허 속에 살아남은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부산행보다 한층 더 커진 스케일도 눈에 띈다. 거대한 세트장과 CG로 완성된 폐허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다양한 좀비의 모습을 그려내 눈을 사로잡는다. 또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떠올리게 하는 약 20분간 펼쳐지는 카체이싱 액션까지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했다. 달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거침없이 총을 겨누고 돌진하는 역동적인 장면 등이 펼쳐지며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제 몫을 다한다.
이처럼 ‘부산행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좀비와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이라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했다면 ‘반도는 숨바꼭질이라 불리는 생존게임으로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들의 야만성과 카체이싱 액션에 집중한다. ‘부산행의 쫄깃한 맛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캐릭터들은 다소 평면적이거나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데다 신파 요소도 한층 강해졌다. 느슨한 서사, 예상 가능한 전개 등으로 순간순간 미지근해진다. ‘부산행을 보지 않았더라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필연적으로 ‘반도는 ‘부산행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어딘가에 기준점을 두느냐에 관객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다.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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