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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베어스의 부활` 결국 물거품…오비맥주, 두산베어스 인수 포기
입력 2020-07-09 17:25  | 수정 2020-07-09 22:48
두산그룹이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며 일부 야구팬을 중심으로 옛 'OB 베어스'가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 같은 기대가 실제로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투자은행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두산 베어스 인수를 타진하다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안에 밝은 관계자는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오비맥주가 두산 베어스를 인수해 OB 베어스를 되살려 대대적으로 마케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었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아 이 같은 방안을 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OB 베어스 시절 구단 상징이던 곰인형을 '랄라베어'로 이름 짓고 최근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마케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두산 베어스를 인수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오비맥주는 두산그룹 소속으로 있다가 1998년 인터브루(현 AB인베브)에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계열 야구단인 OB 베어스는 오비맥주가 아닌 두산그룹에 남으면서 팀명 역시 두산 베어스로 개명됐다.

오비맥주가 다시금 OB 베어스를 꿈꾸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해외에서도 맥주회사와 야구단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메이저리거 최지만 선수가 한때 몸담았던 미국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팀인 밀워키는 팀 이름 자체가 '브루어스(맥주 양조업자)'다. 밀워키가 미국 내 최대 맥주 생산지인 까닭에 붙은 이름이다.
최근 두산그룹이 대대적인 계열사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며 이 같은 꿈이 현실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불씨가 살아났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의 OB 베어스 변신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두산그룹이 매각가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을 불렀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야구단에 갖고 있는 애정이 각별한 만큼 현재로선 팔 생각이 없다는 것을 높은 매도 호가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오비맥주 모기업이 외국계 AB인베브라는 점도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물론 외국계 기업이 구단주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은 예전에 있다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이 구단주가 되는 데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히 미묘하게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옛 현대유니콘스나 쌍방울레이더스 역시 해외 투자자 매각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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