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車부품사 지원하라지만…은행은 손사래
입력 2020-07-09 17:20  | 수정 2020-07-10 11:25
정부가 추진 중인 기간산업 협력업체 대상 5조원 규모 대출 프로그램이 실행도 하기 전부터 은행권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동차 부품사 등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은행은 부담에 비해 실익이 적다고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간산업 협력업체 대상 5조원대 운영자금 대출 프로그램 계획과 관련해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협력업체 대상 대출 프로그램은 기간산업안정기금 1조원을 출자해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하고, 이 기구가 시중은행들의 협력업체 대출 채권을 매입해 유동화증권(P-CLO)을 발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은행들이 대출채권의 10%를 보유하고, 나머지 90%는 SPV에 매각한 뒤 SPV가 이 채권을 기초로 P-CLO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를테면 은행이 기간산업 협력업체에 100억원의 대출을 해주면, 10억원에 해당하는 대출채권은 은행이 보유하고 나머지 90억원의 대출채권은 SPV에 팔게 되는 것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은 은행이 부담하는 10%의 대출채권 부분이다. 금융위는 대출취급·관리 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은행의 분담비율을 설정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은행들을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P-CLO를 활용한 대출프로그램이 신용보증기금 등이 제공하는 90%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과 유사해 보이지만 운영방식이 달라 손실은 크고 이익은 줄어든다고 항변하고 있다.
P-CLO를 활용한 대출프로그램은 비율과 상관없이 대출채권에 손실이 나면 은행들이 일정 부분을 떠안아야 한다. 은행들이 손실의 10%를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0억원의 손실이 났다면 은행이 5억원을, SPV가 45억원을 부담하는 식으로 손실이 배분된다. 정부는 이번 협력업체 대출프로그램의 예상 손실을 대략 20%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실익도 없다. 예를 들어 은행이 100억원의 대출을 했을 때 90% 보증부 대출은 100억원 대출에 해당하는 대출이자를 받게 된다. 반면 협력업체 대출프로그램은 100억원의 대출을 하면 10억원은 은행이 보유하고, 나머지 90억원은 SPV에 매각하게 돼 대출이자도 1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받게 된다. 만약 연 금리를 5%로 가정하면 보증부 대출은 5억원을 이자로 수취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 대출프로그램은 5000만원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 등으로 이미 적잖은 부담을 지고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은행들이 기간산업 협력업체 대출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고통분담 차원에서 10%를 은행들이 분담하기로 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예상되는 손실은 크고 이익은 적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 대출프로그램의 실효성 측면에서라도 은행들의 부담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 대상에 자동차·조선 등 7개 업종을 추가했다. 산업은행은 "산은법 시행령에 따라 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7개 업종이 기안기금 대상으로 추가 지정됐다"며 "10일 지원 신청을 공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P-CLO : 은행들이 보유한 운영자금 대출채권을 기초로 특수목적기구(SPV)가 발행하는 유동화증권.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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