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숨 쉴수 없다" 반복하는데…경찰관 "그만 말해. 산소 잡아먹잖아"
입력 2020-07-09 16:22  | 수정 2020-07-16 17:05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에게 목을 짓눌려 목숨을 잃은 순간의 상황이 현지시간 8일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미국과 전 세계에 인종차별 규탄 시위를 촉발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해고된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토머스 레인과 알렉산더 킹이 사건 당시 찼던 보디캠에 촬영된 영상 속 대화 녹취록이 이날 주 법원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레인과 킹은 선배인 데릭 쇼빈이 무릎으로 플로이드 목을 짓눌러 그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 이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녹취록을 보면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20번 이상 반복했습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이후 인종차별 규탄시위 구호가 됐습니다.

레인과 킹, 그리고 현장에 출동했던 다른 경찰관 투 타오는 숨을 못 쉬겠다는 플로이드에게 "진정해", "말 잘하잖아", "깊게 숨을 쉬어"라고 말했습니다.

플로이드는 목숨이 위험한 순간 "엄마, 사랑해.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고 전해줘요. 난 이제 죽어요"라고 말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와 자녀들을 찾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그들이 나를 죽인다"고 힘겹게 내뱉었습니다.

목숨을 구걸하는 플로이드에게 쇼빈이 한 말은 "그만 말해"였습니다.

쇼빈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에 "그러면 그만 소리치고 그만 말해. 말할 때 산소 잡아먹잖아"라며 조롱하듯 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관들이 플로이드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레인은 플로이드 입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코드 2'를 적용해 구급차를 불렀다가 '코드 3'로 응급단계를 올려 구급차를 재촉했습니다.

레인은 쇼빈에게 바닥에 엎드려있는 플로이드를 옆으로 뉘자고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쇼빈은 제안을 거절하고 계속 플로이드 목을 짓눌렀습니다.

이후 레인이 플로이드가 응급상황에 빠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하자 쇼빈은 "그래서 구급차가 오고 있잖아"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레인은 "(응급상황에 빠질 것 같다는 건) 내 추정이었다"고 한발 물러섰다가 곧 "그가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그가 이제 숨도 안 쉰다"고 소리쳤고 다른 이가 맥박을 재보라고 채근했습니다. 이에 레인과 킹이 맥박을 쟀지만 뛰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플로이드 사망과 관련한 4명의 경찰관 가운데 쇼빈은 '2급 살인' 등의 혐의로, 레인과 킹 등 나머지 3명은 '2급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레인 측은 신참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20년 경력의 고참 쇼빈을 레인이 제지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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