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8층 대회의실엔 롯데제과 자일리톨 껌이 등장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주간회의에서 껌을 씹으며 회의를 주재했다. 참석한 그룹 고위 임원들도 '회장님' 앞에서 껌을 씹으며 아이디어를 내고 보고를 이어갔다. 임직원들이 그룹 오너 앞에서 껌을 씹으며 회의하는 일은 국내 기업 문화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 롯데그룹이 이같은 편견을 과감히 깨고, '껌 씹는 회의 문화' 확산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면서 '진기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에선 상급자 앞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껌을 씹는 것이 '건방진' 행동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임원들도 처음엔 조금 망설였지만 이내 한명두명씩 적응하기 시작했다"며 "자유롭고 유연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내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우선 7일 열린 주간회의에서 신동빈 회장과 임원들부터 '모범'을 보였다. 각 계열사의 임직원들도 처음엔 다소 쭈볏거리다 하나둘씩 껌을 씹으며 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격의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직원들도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이 껍 씹는 회의 문화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그룹의 모태이자 최초 생산 제품인 껌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껌이 실제 업무 효율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껌을 씹는 저작 활동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다"며 "껌을 씹으면 뇌가 활성화돼 인지력과 집중력이 높아지고 졸음 방지 효과 등이 있다는 사실이 각종 해외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임원회의에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도입 등 근무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면세점 등 각 계열사들도 이에 발맞춰 주4일 근무제, 재택근무, 분산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하반기부터는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멀티오피스'를 도입해 직원들이 원하는 곳으로 출근해 일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아울러 '1+1 근무제'를 시행해 1주일에 하루는 기존 업무 외에 희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자율 복장제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한편 롯데제과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껌 씹기 문화 확산과 껌의 효능 알리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롯데자이언츠 야구단 선수 14명을 위한 선수용 맞춤껌과 선수단 전용 껌을 특수 제작, 제공했다. 껌을 통해 선수들의 근력 강화 및 집중력 향상, 스트레스 감소 등 운동 능력 향상을 돕는 한편 껌과 관련된 긍정적인 이슈를 생산해내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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