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례없는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 국에선 이미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경기충격 완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총 34조 위안(약 5800조원) 규모의 '신 인프라(New Infrastructure)'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도 앞으로 도래할 비대면 시대에 대비해 의료산업, 디지털 인프라, 소프트웨어 등에 투자하기 위한 60억 유로 규모의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5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 전략인 '한국판 뉴딜' 정책을 제시했다. 오는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한국판 뉴딜의 바람직한 추진 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 사업의 방향성을 '스마트 시티' 구축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주 연구위원은 "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정보통신 인프라를 공급하는 내용 중심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러한 정부 주도의 공급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판 뉴딜' 정책이 담긴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다양한 인프라 투자사업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사업이 분산돼 추진될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투자 대상 시설물에 대한 스마트화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사회 기반시설의 스마트화라는 관점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투자효과도 높이고 사후 관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면서 "지금과 같이 분산된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오히려 사회적인 비용만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 산업'이나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은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곤란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개별 산업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판 뉴딜'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실효성 있는 투자가 되기 위해선 '스마트 시티'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주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예로 자율주행차를 들며, "지금과 같은 운전 보조시스템을 갖춘 수준이 아니라,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되기 위해서는 도로 자체가 '스마트 도로'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드론 역시 지능형 드론이 되기 위해서는 무인비행장치 교통관리 체계와 지상통제시스템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이번 한국판 뉴딜 사업은 단순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과 기업에게 ICT(정보통신기술) 기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 신산업 활동의 기반이 되는 도시 공간의 스마트화라는 관점에서 재설계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는 크게 다를 것이며, 기업들과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 정부는 미래에 대한 합리적 예상을 토대로 치밀하게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우리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이번 '한국판 뉴딜'의 사업내용과 추진 방식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신 기자 robgu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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